기사최종편집일 2024-11-1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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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성장 주역' 갤러리, 푸대접에 한숨만…

기사입력 2015.10.17 07:00 / 기사수정 2015.10.17 11:22

조희찬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더러워서 들어갈 수가 없어요."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은 국내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다. 총상금 200만달러로 메이저대회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상금이 내걸린 대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참가하는 국내 선수들의 각오도, 갤러리들의 관심도 남다르다.

실제로 2라운드까지 1만 4847명의 갤러리가 대회가 열리는 이 곳 인천 스카이72 오션코스를 찾았다. 대회 주최 측에서 셔틀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지리상 '마음먹지 않으면' 오기 힘든 곳이다. TV에서만 보던 외국 선수와 태극낭자들의 샷 경연을 직접 목격할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기꺼이 발품을 판다.

입장권 가격도 이들의 열정을 막지 못한다. 지난해 4만 원(주말기준)이었던 입장권 가격은 올해 5만 원으로 뛰었다. 현재까지 열린 KLPGA 입장권 중 가장 비쌌던 주말 입장권 가격은 지난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의 3만 원이었다.

매년 뜨거운 관심 속에 성장하고 있는 대회인만큼 주최 측은 선수들을 환대했다. 대회 전 '갈라디너'를 열어줬고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 가수들도 초청해 흥을 돋웠다. 

선물도 풍성했다. 선수들에겐 고가의 핸드백이 대회 참가 선물로 돌아갔다. 선수들은 가방을 높이 들어보이며 기뻐했다.

대회 전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낸 선수들은 필드에 나와 자신의 기량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며 대회장을 찾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주로 골프대회의 3대 구성요소를 말하라면 스폰서, 선수, 그리고 '갤러리'를 꼽는다. 스폰서와 선수는 만족하고 있는데, 정작 갤러리들이 외면받고 있다. 그것도 아브라함 매슬로우가 말한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인 '배설욕'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럽고 악취가 가득하다. 코스 내 갤러리용 화장실이 모두 '푸세식'이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이들은 졸지에 '왕의 변'을 검사하는 내관이 된다.


*7번 홀 주변에 위치한 갤러리 전용 화장실 내부

코스를 걷다 배를 부여잡고 급하게 화장실로 향하던 한 중년 여성은 화장실 문을 열더니 곧바로 닫고 돌아 나왔다.

이유를 묻자 "너무 더러워서 들어갈 수가 없다. 밑에 '변, 오물'들이 보이더라. 다른 대회 골프장들은 이렇지 않았는데…. 일단 참아봐야겠다"며 급히 자리를 떴다. 

또 다른 중년 남성은 "내가 시골에서 자라 웬만한 더러운 화장실에도 적응된 사람이다. 그런데 이건 내가 봐도 심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갤러리들은 화장실을 찾으며 '강제'로 옛날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반면 VIP와 기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간이화장실임에도 양변기와 함께 미화원들이 들락거리며 깨끗한 시설이 내내 유지됐다.


*미디어 전용 화장실

보통 업계 관계자들이 대회 운영비를 예측할 때 어림잡아 대회 총상금의 2~3배로 계산한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200만달러(약 22억 6000만원)다. 대회 운영 예산안이 약 ¼인 보통 KLPGA 대회에서도 이런 시설의 화장실은 찾기 힘들다.

이에 대회 관계자는 "갤러리플라자 쪽에는 좋은 시설의 화장실이 준비됐다. 그러나 코스에 있는 화장실까지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갤러리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바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twoods@xportsnews.com /사진=조희찬 기자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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