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지난 10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전 투수는 김택형이었다. 올해 스무살. 약관의 나이에 프로에 입문했고, 가슴 떨리는 첫 선발 등판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다른 신인들보다 더 특별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3-3 동점 상황이던 연장 10회말. 이미 야심찬 조상우 카드를 소진한 넥센은 좌완 김택형에게 10회를 맡겼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넥센의 10회초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고, 이제 어떻게 치느냐 보다 어떻게 막느냐가 더 중요한 순간이 됐다.
신인 김택형의 어깨는 무거웠다. 프로 1년차에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올 시즌 자신이 좋은 새싹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했지만, 그에게 큰 경기, 긴박한 동점 상황은 버거운 것이었다. 결국 김택형은 박건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고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첫 포스트시즌에서 맛 본 씁쓸한 패배의 맛이었다.
다음날 2차전을 앞두고 만난 김택형에게 '어제 잠은 잘 잤냐'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못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 때문에 졌다는 자책이 묻어나왔다.
김택형은 "박건우 선배가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었던 것 같다. 더 좋은 공을 던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팀 선배님들은 괜찮다고, 잘했다고 격려해주셨지만 팀이 졌기 때문에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여동생과 누나 그리고 부모님까지 온 가족이 야구장을 찾아 아들의 첫 포스트시즌 등판을 지켜봤기에 스스로 아쉬움이 더 컸다.
올해 입단한 김택형은 다른 동기들에 비해 조금 더 빨리 기회를 잡았다. 좌완 투수라는 사실에다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성장 속도 그리고 성실함까지. 염경엽 감독도 "택형이에게 분명한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할만큼 기대를 받는 선수다.
그리고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이라는 기회까지 찾아왔다. 첫 경험은 씁쓸했지만 그가 바라는 '더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가 되기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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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