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의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24)에게 올시즌은 말 그대로 잊지 못할 한 해였다.
지난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SK와 NC의 시즌 마지막 대결이 열렸다. SK의 시즌 최종전이기도 했다. SK는 만약 이날 패배할 경우 포스트 시즌 진출이 힘들어지는 '벼랑 끝'에 매달려있는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3일 경기가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분수령이 됐다. 그리고 그런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로 나온 박종훈은 5⅓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등판할 만큼 박종훈이 성장했음을 의미했고, 또 그 성장을 자신의 공으로 보여줬다.
이날 경기가 그랬듯 올시즌 박종훈의 성장은 SK에게 큰 소득이었다. 5월 6일 롯데전을 시작으로 선발로 나선 박종훈은 이후 이탈한 적 없이 로테이션을 지켰다. 매번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윤희상의 부상 등 어려운 상황에서 막내 투수가 시즌 내내 자리를 지킨 것만 해도 SK로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박종훈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박종훈은 "아쉬운 것도 많았지만 이룬 것도 많다. 여태껏 야구를 하면서 최고의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박종훈은 "처음 목표는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였다. 등록되고 나서는 전반기에 살아남는 것이었고, 살아남고는 후반기, 후반기 다음은 풀타임이었는데 모두 이뤘다"고 말했다. '초과달성', 목표를 넘치게 이룬 셈이었다.
올시즌 박종훈은 33경기에 나와 6승8패 5.1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한 단계 올라섰음을 느꼈다는 박종훈이다. 그는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개인적으로 볼넷을 많이 줄이는 게 목표였는데 50개 남짓으로 지켰다. 수비도 그렇고 견제도 상무 때는 전혀 못잡았는데 빠른 주자들을 잡을 만큼 좋아졌다"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박종훈은 "학생 때부터, 프로 1년차 때까지만 해도 내가 왜 이렇게 던져야 하나 생각할 만큼 잘 안됐고, 힘들었다. 사실 오버로 공을 던져도 굉장히 공이 빠른 편이다. 그러나 상무에 있는 동안 그런 생각을 버렸고, 올시즌을 치르면서 더 자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예전같았으면 한 경기 못 던지면 많이 흔들렸을텐데 그러지 않고 다음 경기를 생각하고 더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올해 박종훈의 활약은 팀 안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 받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의 추천을 받아 부상으로 빠진 김광현 대신 생애 처음 올스타전에 나가기도 했다. 박종훈은 "올라가자마자 2구 만에 홈런을 맞았다. 그렇게 웃긴 홈런은 처음이었다. 맞자마자 '와, 잘친다' 하면서 어디까자 가나 봤다. 홈런 맞아도 웃을 수 있는 건 올스타전 밖에 없지 않나"라면서 "내려오니 류중일 감독님은 '배팅볼 던지나!', 우리 감독님은 '집까지 뛰어가라'고 한소리씩 하셨다"며 웃었다. 박종훈에게는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다.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할 뻔 했다. 박종훈은 지난 9월 발표된 '프리미어12' 예비 명단에 뽑혔다. 아쉽게 최종 엔트리 명단에서는 결국 빠져야했지만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오른 것도 가치를 인정 받은 셈이었다. 박종훈은 "아쉽지만 예비엔트리에 오른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다. 앞으로 더 잘해서 다음 국제대회를 노려보고싶다"고 얘기했다.
성공적인 전역 후 첫 해. 다만 박종훈에게 가장 많이 지적됐던 점은 심한 기복이었다. 잘 던진 날과 못 던진 날의 격차가 컸다. "자만하지도 않았고, 준비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고 말한 박종훈은 "올해는 내년을 위한 밑거름이었다.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냈지만 더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퐁당퐁당이라도 처음부터 하면 15승 이상 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내 "다음 시즌엔 연승하는 게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땅을 고르게 다졌고, 싹도 틔웠다. 올 한 해 '경험'이라는 풍부한 영양분을 섭취한 박종훈은 이제 이를 바탕으로 쑥쑥 성장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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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