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지난 3일 페넌트레이스 우승 직후 류중일 감독(52,삼성)은 "이제 겨우 1차 관문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전무후무 한 5년 연속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 삼성을 더욱 강하게 만든 그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일까.
조직의 분위기는 리더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는 더욱 그렇다. 해군 제독,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함께 남자가 선망하는 3대 직업으로 꼽히는 야구 감독.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력과 조직의 목표를 일치시켜 단합해 끌고나가는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다.
그 팀이 삼성 라이온즈라면 또 다르다. 지난 4년 동안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 모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팀이자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선수 개개인의 자신감과 자부심 그리고 개성도 강한 팀이다. 그런 삼성의 선수들을 합심하게 만든 류중일 감독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류중일 감독을 제외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석해봤다.
◆맹수의 야성, 화끈한 포항 사나이
류중일 감독을 곁에 오래 지켜본 관계자들부터, 짧은 기간 인연을 맺었던 이들까지. 대부분 첫번째로 꺼내는 단어는 "화끈하다"였다. 경상북도 포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대구에서 초-중-고를 졸업한데다 삼성 라이온즈라는 팀에서만 선수-코치-감독까지 모두 다 겪은 류 감독에게는 '경상도 싸나이'의 내음이 물씬 풍긴다.
후배 감독들은 '선배' 류중일을 두고 "통이 크고, 품이 넓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기태 감독은 당시 주장이었던 류중일 감독을 떠올리며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스타일이다. 스케일이 크고, 참으로 남자답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정해보이시지만 내면에는 자신만의 심지가 곧은 분이시다. 당시 삼성에서도 주장으로서 100점짜리 역할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객지 생활을 하는 타 지역 출신 선수들도 잘 챙겨주셨다"고 떠올렸다.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후에는 '뒤끝 없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선수의 행동에 문제가 있을 경우, 류중일 감독은 담아두지 않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다. 하지만 절대 '뒤끝'은 없다.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턴다.
◆세심한 소통의 아이콘
전문가들은 현재 삼성의 최대 장점으로 '소통'을 꼽는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런트까지 삼박자의 소통이 맞물린 시계태엽처럼 딱딱 맞춰 돌아간다. 아주 기본적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바로 '소통'이다. 프로야구 구단이라면 원활한 소통을 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구단내 불협화음이 곤두박질 치는 팀 성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반면 삼성은 이해를 전제로 한 소통이 가장 원활하게 실행되는 팀이다. 그 중심에 류중일 감독이 있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야기를 제대로 안듣는 감독들, 고집과 편견에 휩싸인 감독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실패를 해왔나. 류중일 감독의 최대 장점은 '이야기가 통하는 감독'이라는 점이다. 특히 개성 강한 선수들이 많은 삼성에서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이 역할이 중요한데, 류 감독은 매우 잘하고 있다."
화끈하다고 해서 마냥 '허허실실'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결코 강팀 삼성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류 감독과 학창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던 박흥식 코치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야구를 공부하고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싶어 하는 열정"을 높이 샀다.
◆'신뢰'라는 이름의 선물
류중일 감독과 오래 알고 지낸 한 관계자는 "성격이 워낙 '후루룩' 하게 급한게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야구에 있어서는 인내심이 대단하다. 특히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인내심이 크다"고 첨언했다.
삼성은 벌써 5년째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고, 오랜 기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내는 팀이다. 바꿔 말하면, '리빌딩'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연히 기존 멤버들에게 안주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 어렵다. 그러나 삼성은 김상수, 박해민, 이지영, 구자욱, 심창민 등 새로운 얼굴들을 꾸준히 키워냈다. 감독의 확신과 신뢰 그리고 기다림이 없다면 이루기 어려웠을 부분이다.
삼성 선수들도 류중일 감독이 보여준 신뢰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올 시즌 당당히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 한 이지영도 '신뢰의 산물'이다. 이지영은 "사실 감독이라는 자리가 당연히 팀 성적과 결과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독님은 당장 성적이 안좋아도 선수를 쉽게 교체하지 않으신다. 그게 어린 선수들에게는 용기와 자신감을 준다. 감독님이 나를 믿고 계신다는 신뢰감이 생기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강하지만 부드럽게. 화끈하지만 세심하게. '외유내강형 리더' 류중일 감독은 현대 사회에 복합형 리더십을 제안한다. '통합 5연패'라는 앞으로도 깨지기 힘들 대기록을 향해 달려가는 사자 군단의 저력 뒤에는 최상의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현명한 선장이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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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