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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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변호사' 이선균, 대중에게 다가가는 진실된 연기의 힘 (인터뷰)

기사입력 2015.10.17 15:02 / 기사수정 2015.10.17 15:07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두 어깨에 책임감과 부담감이 함께 머물고 있다. 배우 이선균에게 영화 '성난 변호사'(감독 허종호)는 그만큼 묵직한 존재다.

이선균이 '성난 변호사'로 돌아왔다. 전작 '끝까지 간다' 이후 1년 4개월만이다. 이번에는 원톱 주연이다. 누구보다 많이 고민했고, 의논했고, 또 움직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지난 8일부터 극장을 통해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

'성난 변호사'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이선균을 마주했다. 개봉 전 그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무대인사는 물론 시사회, 관객과의 대화를 가지며 일찌감치 바쁜 행보의 예열에 들어갔던 터였다. 이선균은 '성난 변호사'의 15세 관람가 등급을 언급하며 "VIP시사회 때 영화를 본 조카들이 재미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더라"고 뿌듯했던 기분을 먼저 털어놓았다.

그는 "물론 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나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연기적인 부분이나 다른 것들이 달라질 수 있는 게 책임이자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면서 "그것도 모두 내가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고 소탈한 웃음으로 개봉을 앞둔 마음을 대신 전했다.
 



▲ "변호성 캐릭터, 악보 그리듯이 설계했다"

'성난 변호사'는 용의자만 있을 뿐, 시체도 증거도 없는 신촌 여대생 살인 사건을 맡아 승소 100%를 확신한 변호사 변호성이 용의자의 발언으로 순간 모든 것이 뒤집히며 자존심이 짓밟힌 뒤 일어나는 통쾌한 반격을 그린 반전추리극이다.

이선균은 뛰어난 두뇌와 능력을 가졌지만 겸손함은 다소 부족한 변호사 변호성으로 등장한다. 백팩에 운동화, 선글라스까지 개성 넘치는 외양은 물론 '이기는 게 정의'라는 말을 허투루 들리지 않게 하는 법정 속에서의 자신감이 극 초반부터 리듬감 있게 전해지며 시선을 끈다.

캐릭터를 위해 허종호 감독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변호성 캐릭터의 방향성을 찾아나갔다는 그는 "우리 영화는 오락적인 작품이다. 극적인 것보다는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컸고,속물적 기질이 있지만 법정에서만큼은 프로인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기존과 다르기 위해 연기 톤이나 패션에서도 많이 고민하고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하며 그 과정을 '악보를 그리듯이 설계했다'고 비유했다. 홈쇼핑과 토크쇼를 참고하는 것 역시 그 노력 중 하나였다.

여느 액션영화 못지않은 박진감 넘치는 추격신도 등장한다. 한강 고수부지와 지하철역 등 수많은 인파 속에서 펼쳐지는 이 장면에서는 변호성의 지략이 덧붙여지며 오감을 만족시키는 보다 흥미진진한 장면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허종호 감독과 친구이자, 동기(한국예술종합학교)로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온 것도 보다 적극적으로 작품 안에 자신을 던져놓을 수 있게 힘을 보태줬다.

이선균은 "여러 가지를 열어놓고 의견을 많이 냈던 것 같다. 표준계약으로 진행된 영화여서 시간 내에 찍어야 했는데, 지하철 추격신의 경우에도 서로 손발을 잘 맞춰서 시간 대비 깔끔하게 잘 나온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변호성이 사건의 본질에 다가갈수록 일은 꼬여가고, 그 속에서 나오는 반전을 찾아가는 재미는 '성난 변호사'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반전을 위한 극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있는 그대로의 그의 연기에 빠져들게 된다. 이는 이선균의 연기가 주는 신뢰감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반전이 되게끔 믿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진짜 죽인거야?'라는 것에 맞게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역추리가 경쾌하게 이뤄지면서 '아, 그랬던 거야' 이런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나를 돌아본 2015년, 책임감의 무게 좀 더 커졌다"

스크린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1년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의도한 공백은 아니었다. '성난 변호사' 촬영 이후 준비했던 일이 여러 상황으로 잠정 중단되면서 그 사이의 빈틈이 생겼다.

이선균은 "처음에는 왜 이렇게 꼬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간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달리는 것이 익숙해졌기에, 계획하지 않았던 시간의 여백은 곧 불안감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마음을 바꾸는 것 역시 찰나의 순간에 찾아왔다.

이선균은 "(올해) 대표작이 '삼시세끼'랑 '냉장고를 부탁해'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이어 그는 "10년 동안 안 쉬고 일을 하다가 리듬이 갑자기 바뀌니 다운이 되더라. 그런데 돌이켜보니 오히려 잘된 것 같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되고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했다. 내게는 올해가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유쾌한 농담 후 이내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그는 "영화에 대한 책임감이나 태도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책임지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흘러오면서 마음속에 갖고 있던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 면에서는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이선균은 "예를 들어 학교를 다니면서도 '커트라인만 넘으면 되지', '졸업만 하면 되지'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또 연기를 하면서는 주연이지만 배우로서 큰 욕심은 없던 거다. '나한테 들어온 거니까 망하지만 않게 해야지' 이런 마음이 있었다. 물론 '망하게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도 욕심이라면 욕심일 수 있지만, 이제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좀 더 큰 책임감과 욕심을 갖고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달라진 부분을 설명했다.

'성난 변호사'와 함께 한 올 한 해 이선균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반전도 진실로 믿게 하는, 이선균만이 가진 묵직한 연기의 힘이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그 빛을 발할 수 있길 기대한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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