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도쿄, 박소현 기자] 뻔한 피터팬이 아닌 낯선 이야기가 온다. 색다른 이야기를 감성 멜로의 조 라이트 감독이 나섰고, 휴 잭맨은 이를 위해 머리를 밀었으며, 호주의 평범한 소년 리바이 밀러가 새로운 피터팬으로 낙점됐다.
일본 도쿄 더 페닌술라 호텔에서 1일 영화 '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검은 수염역을 맡은 휴 잭맨, 피터팬으로 나선 리바이 밀러, 메가폰을 잡은 조 라이트 감독이 참석했다.
휴 잭맨은 시종일관 유쾌했다. 첫 인사부터 한국의 모든 언론이 참석한 것이냐며 미소를 지었고, 답변에도 유머를 잊지 않았다. 2002년 생 신예 리바이 밀러는 의젓했다. 뒤에서 지켜보는 어머니가 흐뭇한 미소를 지을 만큼, 차분히 답변해나갔다. 조 라이트 감독 또한 취재진에게 진지하게 자신의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조 라이트 감독과 휴 잭맨은 각각 변신에 나섰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 감성적인 영화를 주로 다뤄왔던 조 라이트 감독이 어린이를 위한 영화에 도전한 것. 또 휴 잭맨은 강렬한 악역으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조 라이트 감독은 이번 영화를 찍게 된 이유는 자신이 '아빠'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빠가 돼서 아이들과 애착관계, 아이들과 엄마간의 애정, 사랑을 보면서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조 라이트 감독의 바람은 자신이 자녀와 볼 수 있는, 혹은 다른 아동들이 부모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 이었다. 특히 이번 영화에 중점적으로 그려진 모자간의 각별한 사랑에 대해서도 거기서 따오게 됐다.
다수의 영화로 재탄생했던 만큼, 기존 영화와 차별점도 분명히 뒀다. 조 라이트 감독은 "원래 아이디어는 원작에서 따왔지만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들은 완전한 재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원작에는 단 한 줄로 설명된 작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새 틀을 만들어냈다는 것. 원작에서 휴 잭맨이 맡은 검은 수염은 후크가 자신이 배를 모는 법을 검은 수염에게 배웠다고 언급한 게 전부였던 것. 또 조 라이트 감독은 "원작이 내포한 환상적인 분위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이걸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이번 영화에서 네버랜드는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시공간을 벗어난 공간으로 우주 어딘가에 위치한 것으로 그려지는 것. 특히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을 아이들과 합창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가 관객들의 눈을 사로 잡을 것으로 보인다.
'채피'에 이어 두 번째 악역 도전에 나선 휴 잭맨은 파격적인 변신에 나섰다. 그는 네버랜드의 독재자인 검은 수염으로 나서 폭력적이면서도 끔찍하고 변덕스러우며 동시에 유머러스함이 살아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게 됐다. 휴 잭맨은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는 예측불허한 사람을 무서워한다"며 "검은 수염을 그렇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지난 홍콩 정킷 당시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하기도 했다.
휴 잭맨 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리바이 밀러다. 그는 헐리우드 대작이 처음인 신예. 휴 잭맨과 같은 호주 출신이나 영국 소년으로 완벽하게 탈바꿈 했다. 단 두 번째 오디션부터 영국식 억양을 잘 흉내냈던 것. 조 라이트 감독은 "정말 영국 소년 같은 발음을 잘하더라. 차이를 거의 못 느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리바이 밀러는 촬영장에서도 겸손하고 공손한 태도로 휴 잭맨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리바이 밀러는 "이렇게 큰 영화에 출연한 것은 흥분되는 일"이라며 "휴 잭맨은 정말 내 롤모델"이라고 그를 향한 동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 후반부가 되어서야 비로소 활약하는 피터의 모습에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리바이 밀러는 "처음에 본인이 날 수 있다는 능력을 감지하지 못하지만, 피터가 보통 아이가 아니며 네버랜드와 어떠한 연관관계가 있다는 힌트가 계속 나온다"며 "전반부에 이런 힌트가 있고, 중반부에 들어가기 전 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팬'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속편 출연도 당연히 하고 싶다고 말을 잇던 리바이 밀러는 자신이 너무 커버리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에는 조 라이트 감독에게 물어봐야겠다며 당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휴 잭맨과 조 라이트 감독은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한 한국 배우 나태주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조 라이트 감독은 그를 "연기력과 무술 실력을 겸비한 다재다능한 젊은 친구"라며 "액션으로 흠잡을 데 없이 기대 했던 것 이상으로 해줬다. 액션이 너무 빨라 일반적인 카메라로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휴 잭맨은 "영화에 검은 수염과 나태주가 싸우는 장면이 없어 다행"이라며 "둘이서 싸우는 장면이 있었다면, 나는 이미지가 많이 망가질 뻔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팬'은 흔히 알고 있는 '피터팬'의 프리퀄 격의 영화로 피터팬이 네버랜드에 가기까지, 후크와의 인연 등을 그려낸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안나 카레리나'의 조 라이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실제 해적선을 제작하고 실제 세트장에 열대 식물들을 옮겨 심는 노력을 거친 것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휴 잭맨이 악역 검은 수염을 맡았고, 신예 리바이 밀러가 피터팬을, 가렛 헤드룬드가 후크로 분한다. 이외에도 한국인 배우 나태주가 출연에 이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오는 8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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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