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 공격수 웨인 루니(29)의 포지션에 대한 논쟁은 오랜 단골손님이 됐다. 최근 2년에서 3년 사이 루니는 중원과 최전방을 오가면서 사로 다른 색깔을 냈다. 지난 시즌까지 중앙 미드필더에 다소 가까웠지만 이번 시즌 초반에는 전방 공격수로 복귀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루니가 올라가면 문제가 생겼다. 루니 본인 자체의 문제가 아닌 팀의 문제였다. 루니가 가장 앞선에 위치하면 아래로 내려와 공을 뿌려주고 조율해주는 장면이 줄어들면서 맨유의 미드필더 라인에서의 빌드업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지난 사우스햄튼과의 경기는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앤서니 마샬이 본격적으로 선발로 기용되면서 루니가 프리해졌다. 전직 맨유 사령탑,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말이 무섭게 떠오를 정도로 루니가 프리해지고 중원으로 내려서자 맨유의 패스워크도 활기가 돋았다.
마샬 덕분에 루니가 프리해졌다
21일에 원정경기로 벌어진 사우스햄튼전에서 맨유는3-2 승리를 거뒀다. 2골을 터트린 마샬이 이날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득점보다 더 중요한 소득이 있었으니 루니의 넓어진 활동반경이었다. 마샬이 오기 전까지 루이스 판 할 감독은 루니를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할 참이었다. 별다른 대안이 없었을 뿐더러 루니 역시 전방 공격수로 돌아간 자신이 모습에 만족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 외로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모르강 슈나이덜린이 새롭게 합류해 만들어준 중원이 문제였다. 마이클 캐릭까지 3명이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상황에서 맨유의 중원은 무언가 부족한 점이 있어보였다.
대부분의 경기들을 보면 패스의 길이가 다소 짧았다. 좌우로 넓게 벌려주는 패스의 시도 자체가 적었고 주로 안전하고 가까운 측면 날개들에게 패스하는 일이 다수였다. 아직 선수들과의 호흡이 완전치 않았던 슈바인슈타이거 등은 종종 윙어들이 측면에서 빠져 들어갈 때 타이밍에 맞게 침투 패스를 찔러줬을 뿐 길고 큰 패스를 통해 방향을 전환하는 시도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간단히 생각하면 예전 맨유에서 폴 스콜스가 해주는 역할이 지금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스콜스는 후방에서 정확한 긴거리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여는 역할을 많이 해줬다.
사우스햄튼전은 이러한 맨유의 중원에 새로운 에너지가 생긴 계기가 된 경기였다. 프리해진 루니가 아래로 자주 내려오면서 패스를 받고 연결했다. 루니가 내려서면서 캐릭-슈나이덜린 혹은 슈나이덜린-슈바인슈타이거 조합에서 무언가 정적인 느낌의 패스 줄기들이 더욱 힘을 받기 시작했다. 루니 덕에 맨유가 중원에서 숫자싸움을 하는 데도 유리해진 면도 있었다.
마샬의 공도 있었다. 이번 여름이적시장을 통해서 거액의 이적료를 기록하면서 맨유 유니폼을 입은 마샬이 기대 이상으로 최전방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주면서 루니도 마음 편하게 내려설 수 있었다. 마샬은 득점력 뿐만 아니라 공을 받고 버텨주는 역할도 잘 수행하면서 원톱에 메여 있던 루니의 족쇄를 풀어줬다.
루니의 효과를 보여주는 마타의 '44패스 골'
사우스햄튼도 중원에서의 플레이나 공격력이 나쁘지 않은 팀으로 평가받지만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맨유의 패스워크는 그런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침착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패스를 풀어갔고 이를 바탕으로 득점들을 만들어냈던 사실이 고무적이었다. 이는 판 할 감독이 그리고 있는 맨유의 색깔과도 가장 근접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반 23분에 나온 후안 마타의 득점 과정은 백미 중에 백미였다. 살아난 중원 플레이와 루니가 프리해지면서 나온 효과와도 연관이 있어 보여 체크하고 넘어가야 할 장면이었다.
마타가 골을 넣기까지 총 44번의 패스가 물흐르듯이 연결됐다. 중간에는 마타가 방향을 전환하고 드리블하면서 연결하고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천천히 접근한 뒤 패스를 내준 장면, 멤피스 데파이가 찬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아주 세부적인 과정들이 있었지만 단 한번도 끊기지 않고 연결됐고 마타의 득점으로 마무리됐다.
모두가 함께 힘을 합해 만들어낸 득점인데 여기에서 루니의 효과도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루니는 44번의 패스에서 4번 정도의 터치를 보였다. 그 중 2개 가량은 패스가 가는 방향을 결정한 중요한 패스를 넣으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마타의 44패스를 통한 골은 루니가 내려가면서 살아나기 시작한 맨유의 중원 플레이의 연장선 상에 있었다. 또한 루니가 내려가면서 공간이 비었고 마타가 앞선으로 가담해 슈팅할 수 있는 기회도 됐다는 분석이 가능했다.
이날 맨유의 경기력으로 판 할 감독은 가능성을 본 눈치다. 선수들의 활약상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경기를 기점으로 마샬이 앞에 서고 그 뒤를 루니가 받치는 공격진이 자주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도 보인다. 그렇게 되면 루니는 계속해서 프리해지면서 중원까지 내려와 조율을 맡을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