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이 9월 24일 개봉 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구구 커플'로 불리는 설경구·여진구의 세대를 뛰어넘은 조합이 전 세대에게 공감과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서부전선'은 농사를 짓다 끌려온 남한군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휴먼드라마라는 장르 속에 그려냈다.
설경구는 농사만 짓다 끌려와 일급 비밀 문서 전달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남한군 쫄병 남복을, 여진구는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쫄병 영광으로 등장한다.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었던 두 사람은 각각 남과 북의 쫄병이 돼 오직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무사귀환을 목표로 좌충우돌하며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진지할 것 같은 상황에서 나오는 어설픈 두 쫄병들의 부딪힘이 곳곳에 배치돼 웃음을 안긴다. 남복과 영광이 벌집에서 날아든 벌에 쏘여 온 얼굴이 퉁퉁 붓거나 총과 수류탄을 들고도 어설프게 서로를 위협하는 모습은 다소 과장돼 보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유쾌함으로 잔잔한 재미를 선사한다.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남과 북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안타까운 전쟁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전쟁에 끌려 나온 남복과 고향에 홀어머니를 두고 전쟁터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소년병 영광의 사연은 뭉클함을 함께 전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한 몫을 더한다.
설경구는 구수한 사투리와 한층 힘을 뺀 편안한 연기로 순박한 남복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 실제 자신의 나이와 같은 고등학생 캐릭터를 만난 여진구도 군인 역할에 무리 없이 녹아들며 19살의 나이 차이를 무색하게 하는 조화를 완성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목소리부터 전해지는 여진구의 깊은 매력과 극의 유쾌함이, 중·장년층들에게는 전쟁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결코 무겁지도, 또 가볍지도 않게 그려낸 점은 추석연휴를 맞아 개봉한 '서부전선'이 전 세대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다. 112분. 12세 이상 관람가.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