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의 러닝타임은 125분. 여느 영화와 비교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느껴지는 감정의 진폭은 꽤 강렬하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또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리고 있다고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영화는 영조(송강호 분)와 사도세자(유아인), 정조(소지섭)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56년간의 역사를 두 시간에 압축해냈다. 사도가 뒤주에 갇혀 죽기까지 8일간의 이야기가 '사도' 흐름의 중심축이다. 시간 순서로 나열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이야기이기에, 이준익 감독은 8일이라는 시간을 8개의 시퀀스로 나누고 그 사이사이에 과거의 이야기를 넣는 구성을 취했다.
'사도' 속의 사건은 딱 하나,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실록에 90% 근거했고, 10%의 상상력을 더했다. 이 감독은 "'사도'는 심리와 감정으로 이어진 영화"라고 작품을 정의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125분 내내 쉴 틈 없이 내뿜는 감정의 흐름은 오롯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작품 속에서 보는 이들에게 묵직함 속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조와 사도세자뿐만이 아닌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전혜진)과 사도세자의 아내 혜경궁 홍씨(문근영), 대왕대비이자 영조의 양어머니 인원왕후(김해숙) 등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125분의 시간은 훌쩍 지나있다.
이렇듯 '사도'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감정의 양은 같은 러닝타임의 다른 작품에 비해 두 세배 가량 더 많다. 영화를 접하는 관객들은 이전과는 다른 감정의 소모에 후반부까지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알려졌듯 영화의 끝에는 정조 역으로 특별출연한 소지섭이 등장한다. 단순히 소지섭이 등장해서가 아닌 마지막 장면들을 통해 전달되는 엇갈릴 수밖에 없던 영조와 사도세자의 감정들, 정조가 보여주는 비극의 정화는 절대 마지막까지 힘을 놓지 말고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이유가 된다.
흔히 영화에 대한 감상을 물을 때 '잘 봤냐' 혹은 '재미있었냐'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사도'에 대해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잘 봤다'는 말에는 여지없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재미있었냐'는 물음에는 잠시 생각을 더하게 된다. 어느 하나의 표현으로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작품이 '사도'다. 카타르시스의 정화와 승화까지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혼자서 관람하는 것도, 두 번 그리고 세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25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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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