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배우 정재영은 '어셈블리'의 처음과 끝을 책임졌다. 20부작 동안 브라운관을 꽉 채운 그의 존재는 한국형 정치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신호탄이 됐다.
정재영은 17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에서 주인공 진상필 역을 맡았다. 정리해고 3년차 실직가장인 진상필은 용접공으로 살아오다가 백도현(장현성 분)의 도움으로 경남 경제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 인물이다.
진상필은 여당인 국민당 소속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을 위한 정치를 부르짖었다. 당내 친청파(친청와대피)와 반청파(반청와대파)에서 벗어나 '딴청파'라는 계파를 만들고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여당 속 야당'이라는 큰 틀 속에서 정재영은 '진상필'이라는 맞춤옷을 입었다. 그는 목에 핏줄을 세우면서 "호떡 구울 때도 한 번만 뒤집지 두 번은 안 뒤집는다. 대한민국 법이 호떡만도 못 합니까" 등의 명대사를 쏟아냈다.
진상필은 친형 같은 회사 동료인 배달수(손병호)가 크레인 시위를 하던 중 추락사 하는 아픔을 간직한 채 국회의원이 됐다. 정재영은 세상의 어둠이 드리워진 곳에서 처절하게 생활하던 진상필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대변했다.
정재영은 '어셈블리'가 첫 드라마 데뷔작이었지만, 스크린에서 선보였던 연기력을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밀어붙이는 진상필과 한몸이 된 것이다.
'어셈블리' 중후반부부터 국회 속으로 들어간 정재영의 연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그는 수많은 비리를 저지른 주철순 총리 임명안을 반대하기 위해 25시간 동안 홀로 무제한 토론에 나섰고, 배달수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재영은 "부자를 돕는 건 투자라고 하고, 가난 한 사람 돕는 건 비용이라고 하느냐. 패자들에게 두 번째 기회 주는 게 어떤 투자보다도 더 가치 있는 투자라고 믿는다. 배달수처럼 최선 다한 패자들 그런 사람을 보듬자는 거다"고 호소했다.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대사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말이 가진 힘도 있었지만, 이 내용을 진솔하게 잘 실어낸 정재영의 역할이 컸다. 이외에도 정재영은 '어셈블리' 매회의 마지막 부분에서 희망찬 정치의 중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는 대한민국에서 이념적으로 민감한 주제다. 정재영은 표현과 해석의 한계를 가진 '정치 드라마'에서 회차당 60분, 총 20회인 1200분 동안 '국민을 위한 정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희망을 제시했다. 정재영은 곧 진상필이었고, '어셈블리'를 완성한 주인공이었다.
in999@xportsnews.com / 사진 = 정재영 ⓒ KBS 2TV '어셈블리' 방송화면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