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9.11 06:56 / 기사수정 2015.09.11 07:04
10일 MBC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에서 양선(이유비 분)과 성열(이준기)은 재회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날 윤(심창민)은 지하궁에 폭약을 설치했고, 양선의 피를 취한 성열은 귀(이수혁)를 없애고 죽음을 맞이했다. 1년 후 성열은 양선 앞에 다시 나타났다. 양선은 성열에게 안겨 “벌써 오신 겁니까. 저는 한 오십 년만 기다릴까 했는데. 선비님과 함께 할 수 있으면 그 곳이 어디든 따르겠습니다”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뱀파이어물의 범람 속 등장한 이 드라마는 식상함을 줄 거라는 우려와 달리 지루할 틈 없는 빠른 전개로 우려를 불식했다. 성열이 뱀파이어가 된 계기와 혜령의 존재 등 원작인 웹툰과 다른 설정이 많았지만, 왕 위에 군림하는 귀와 이에 대립하는 ‘인간다운’ 뱀파이어의 판타지적 대결이 볼만했다.
하지만 초반의 긴장감이 오래가진 못했다. 중반까지 음란서생의 정체와 정현세자 비망록만 찾아다니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지지부진하게 전개됐다.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는 많은데 제자리걸음으로 답답함을 안겼다. 10회가 지나서야 정현세자 비망록이 성열의 손에 들어가고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가장 큰 패인은 로맨스에 대한 몰입도가 적었다는 점이다. 120년간 죽은 정인을 잊지 못하다 갑작스럽게 양선과 사랑에 빠지는 성열의 감정선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다. 다른 사건들과 조화롭게 이어지지 않다보니, 주인공의 러브라인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함에도 되레 전개의 맥을 끊으며 겉도는 느낌을 줬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뱀파이어 선비 역을 맡은 이준기의 열연을 빼놓을 수 없다. 김소은, 이유비, 이수혁 등 20대 배우들을 아우르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영화 '왕의 남자', 드라마 '일지매', '아랑사또전', '조선총잡이' 등 유독 사극에서 돋보인 이준기는 이번에도 ‘믿고 보는 배우’ 수식어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줬다. 지지부진한 전개를 조금이나마 메워주는 역할을 한 것이 이준기였다. 허무맹랑할 수 있는 판타지 장르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연기로 극의 맥을 이었다. 상상 속 뱀파이어의 모습과 흡사한 비주얼까지, 역할에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그는 따뜻한 미소를 짓는 선비에서 흉측한 뱀파이어로 변신하는 과정을 표정, 제스쳐까지 섬세하게 소화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거나 인간과 귀의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느낄 때 분노와 오열, 아픔의 감정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이의 피를 취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애절함을 극대화했다.
1인 2역의 김소은과 외모부터 분위기까지 귀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 이수혁의 연기도 무난했다. 심창민도 후반으로 갈수록 호연을 보여줬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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