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김성균이 영화 '퇴마:무녀굴'(감독 김휘)로 관객을 찾아왔다. "이때까지의 역할 중 가장 가방끈이 긴 역할이다"라고 너스레를 떨 만큼, '김성균'하면 떠오르는 이전 작품 속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신진오 작가의 공포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한 '퇴마:무녀굴'은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인 진명(김성균 분)과 그의 조수 지광(김혜성)이 기이한 현상을 겪는 금주(유선)를 치료하던 중 그녀 안에 있는 강력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퇴마:무녀굴'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김성균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조직폭력배나 '이웃사람'의 살인마와는 전혀 다른 냉철한 이미지로 변신한 것에 대해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힘을 주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여서, 편안한 내 목소리를 찾아가보자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며 "우리 영화는 금주의 이야기를 따라 흘러가는, 금주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유선 누나는 빙의도 되고 공포도 느껴야 했기 때문에 아주 고생을 많이 했다"고 웃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작품 속에서 김성균이 연기하는 진명은 시종일관 차분한 톤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 김성균은 "진명은 퇴마사지만 일상적인 옷을 입고 말투와 행동도 평범한 사람이다. 아마 캐릭터를 더 보여줬다면 극 분위기와 잘 맞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극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전했다.
하지만 진명의 이야기가 좀 더 그려지지 않은 점은 보는 이들에겐 큰 아쉬움을 남길 정도다. 이에 김성균은 "원래는 왜 진명이 정신과의사, 퇴마사를 하게 됐을까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진명이 어떻게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지, 또 유년시절은 어땠는지 같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실제 극 속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휘 감독과는 '이웃사람'(2012)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의 남다른 호흡은 그만큼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힘을 줬다. 그는 "감독님이 정말 이야기꾼으로는 천재적인 기질을 갖추고 계신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 정말 거침이 없고 과감한데, 후속편이 제작된다면 이번에 미처 못 한 이야기들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며 미소를 지었다.
공포 영화였지만, 실제 동료들과 함께 한 촬영 현장은 화기애애함의 연속이었다. 실체가 불분명한 악귀와 사투를 벌이는 등 실제 공포 영화 촬영장은 웃음이 날 법한 상황들이 존재한다. 배우들은 이를 가리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김성균 역시 "처음에는 웃음이 나기도 했다. 연기를 하는 사람도 부끄럽고 보는 사람도 부끄러우니까. 나중에는 서로 진지하게 임한다는 것을 서로서로 파악해서 더 집중하고 참아내게 됐다. 실제 김혜성 씨 같은 경우는 대나무 화분을 잡고 빙의되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정말 진지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까지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것이 더 할 나위 없었던 그에게 '퇴마:무녀굴'은 '힐링'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동안 많은 작품 속에서 주연과 조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활약을 펼쳐 온 그는 쉼 없는 활동 속에서 조금씩 지쳐가고 있던 중이었다.
"'응답하라 1994' 이후 역할 비중이 많이 커졌다. 내 딴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작품들에 있어서 내가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정말 내가 최선을 다 한 건지, 또 최선을 다 한 결과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는 그는 "'내가 감각이 모자라나?', '다작을 하는 게 맞는 건가?' 같은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고민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밖에서는 '배우 김성균'으로, 안에서는 가정을 꾸려야 하는 '아빠이자 가장 김성균'으로 정신없이 보내던 날들. '시간을 좀 가져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즈음 '퇴마:무녀굴' 시나리오를 만났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공포물이었던 것은 물론이고, 그 작품 속에서 자신이 한 발 떨어져 다른 사람들을 받쳐주는, 내려놓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끌렸다. '퇴마:무녀굴'을 통해서라면 편안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렇게 촬영을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무사히 달려왔다. 김성균은 "촬영을 부산에서 한 달 반 동안 했는데,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더라"며 다시 힘을 얻을 수 있게 된 계기를 전했다.
"'기대치만큼 보여줘야지'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힘들어지는 것 같다. 한 번 힘을 줬으면 한 번은 또 풀어주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균형을 맞춰가는 것 같다"는 것은 그간의 시간들을 통해 그가 느낀 점 중 하나다.
김성균의 올 하반기 시계 역시 바쁘게 돌아갈 것 같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물론,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명탐정 홍길동'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올해 7월 딸을 얻으면서 세 아이의 아버지가 돼 가정에서도, 일에 있어서도 유난히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그는 "남은 올해는 아내도 도와주고, 영화가 잘 되기를 기도하면서 조용히 지내고 싶다"며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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