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한국과 영국의 공영방송 KBS와 BBC에서 너무나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하지만 두 사건의 결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19일 KBS는 출연진에게 제작진이 폭행 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겪었다. 2TV의 예능프로그램인 '나를 돌아봐'에 출연 중인 배우 최민수가 담당 외주 PD를 폭행한 일이다.
이날 최민수는 촬영 중 PD로 부터 "욕을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시비 끝에 그는 PD의 턱을 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사건은 영국 BBC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3월 BBC의 간판 프로그램인 '탑기어'의 출연자 제레미 클락슨이 담당 PD와 시비를 벌이다 급기야 그를 폭행했다.
너무나 닮은 꼴인 이 사건의 결말은 판이하게 갈렸다. KBS는 "입장을 정리한 후 발표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다가 결국 20일 최민수의 사과 사실을 알리면서 화재 진압에 나섰다.
KBS는 20일 입장을 밝히면서 “최민수가 먼저 PD를 찾아와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넘쳐 발생한 일인 만큼 PD 또한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 두 사람은 촬영 당시의 오해를 풀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원만히 화해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논란을 일으킨 것에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에서 생긴 일로 결론을 내렸다.
BBC는 KBS와 반대의 길을 택했다. '탑기어' 2회분을 결방시킨데 이어 폭행파문의 당사자인 제레미 클락슨을 해고시켰다. 제레미 클락슨이 누구인가? 2002년부터 '탑기어'의 대표 MC로 활약하면서 해박한 자동차에 대한 지식과 입담으로 프로그램을 세계 정상의 자동차 버라이어티쇼로 만들어낸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탑기어'를 제작하고 있는 제작사 '베더6'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 그를 가차 없이 해고하면서 BBC는 '탑기어'의 팬들로 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자존심과 물의를 일으킨 제레미 클락슨을 기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반영이기도 했다.
물론 현장을 직접 보지 않고 어떤 것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제작 과정에서 벌어진 시비와 폭행 사건에 대해 KBS와 BBC는 상반된 결론을 택했다.
요즘 연예인이 출연하는 모든 현장에서는 제작진의 볼멘소리가 다반사다. "연예인이 상전"이라는 것이다. 특히 외주제작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하청업체' 개념인 외주제작사의 제작진에 대해서는 연예인이 '갑질'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고 있다.
이번 최민수 논란과 결과에 대해서도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예상했던 일이다. 사실 채널의 담당 PD와 외주제작사를 대하는 연예인의 태도가 다른 경우가 많다. 채널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같은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KBS의 대처가 아쉬움이 크다"고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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