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배수빈, 이유있는 2년만의 연극 복귀(종합)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배우 배수빈이 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연극 '프라이드'를 통해서다. 

'프라이드'는 성(性)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성소수자들이 사회적 분위기와 억압, 갈등 속에서 사랑과 용기, 포용과 수용, 자신을 지지해 주는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과 자긍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2008년 영국 로열 코트 씨어터(Royal Court Theatre)에서 초연, 영화 '향수' 벤 위쇼의 연극 데뷔로도 화제를 모았다. 극은 1958년과 2014년을 넘나든다.

1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수현재씨어터에서 ‘프라이드’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2년 만에 무대로 복귀한 배수빈은 "'프라이드'라는 작품을 초반에는 몰랐다. 공연이 너무 하고 싶어서 대표님과 얘기하던 도중 참여하게 됐다. 안 했으면 어쩔 뻔 했나 할 정도로 (출연하길) 잘했다"고 밝혔다.

배수빈은 강필석과 함께 사회적 통념과 내면의 목소리 사이에서 고뇌하는 필립 역을 맡았다. 1958년과 2015년의 캐릭터가 다소 다르다. 전자는 체면을 중시하고 규율에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올리버를 향한 끌림을 외면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괴로워한다. 2015년 현재는 성실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연인 올리버의 지나친 자유분방함을 버거워하는 캐릭터다. 

배수빈은 "성소수자 얘기를 다루지만 지금도 세계 여러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수자 차별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어서 관객 분들이 큰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하면서 부담 느낀 건 사실이지만 저도 언젠가 소수자의 입장에서 설 수 있고 위치 바뀌니까 그들의 입장에서 극의 완성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배수빈은 그간 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 '비밀', '49일', '동이', 영화 '협녀, 칼의 기억', '봄', '마이 라띠마', '26년', 예능 '정글의 법칙'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 예능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연극은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2년 만이다.

그는 "다른 매체에서는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관객과 마주하다 보면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서 무대를 찾게 된다"며 '프라이드'에 출연한 계기를 이야기했다.

그가 느끼는 연극 무대만의 매력은 뭘까. "연극은 배우들과 밥 먹고 술 먹고 엠티에 가면서 끈끈해진다. 극의 밀도가 쫀쫀해지는 느낌이 있다. 드라마 영화는 하면서 외롭다고 느낀 적이 있는데 연극은 서로 기댈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더 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동성애 연기를 하는 만큼 남자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가 특별할 터다. 그는 '케미'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질문에 "커피를 많이 사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배수빈은 "필립이 좋아지고 있다. 큰일났다. (강)필석 배우가 같은 역할을 하다 보니 아픔이 같이 온다. 문제가 같이 봉착하니까 서로 다독거려 준다. 애석하게도 둘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일이 없다"면서 "색다른 재미가 있다. (박)성훈, (정)동화 올리버와 다르게 호흡을 맞추다 보니 매일 다른 연인을 만나는 느낌이다"며 웃었다.

배수빈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다정다감한 성품을 지닌 올리버 역의 정동화와 박성훈, 실비아 역의 임강희와 이진희 등과 호흡을 맞춘다. 이원과 양승리는 의사·남자·피터 3역을 소화한다.

김동연 연출은 "캐스팅을 두고 고심을 많이 했다. 오디션을 본 배우들도 있고 섭외한 배우들도 있다. 하지만 작품에 얼마나 잘 어울리냐가 중요했다. 올리버가 갖고 있는 매력은 연기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실비아도 우아함과 현대인의 두 가지 양면을 갖고 있어야 했다. 필립은 고전적인 섹시한 매력, 요즘 말하는 벤츠남(모든 걸 갖춘 남자)의 매력을 갖고 있느냐를 봤다. 남자 멀티 역도 3가지의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는 여력이 되는지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11월 1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문의: 02-766-6007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