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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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 "'홍도', 현대인과 동떨어져 있지 않죠"(인터뷰)

기사입력 2015.08.09 06:55 / 기사수정 2015.08.09 08:11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배우 예지원은 참 다양한 매력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그의 매력을 한 가지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흰 도화지처럼 어떤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아는 그는 특유의 끼와 연기력으로 섹시와 코믹, 청순을 오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드라마 '프로듀사'를 통해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카리스마를 발산하기도 했다.

작품마다 카멜레온 같은 변신을 거듭하는 만큼 연극 ‘홍도’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커졌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미련해 보일 만큼 의리와 순정을 지키는 기생 홍도의 애환과 고통을 그대로 녹여냈다. 홍도와 한몸이 됐다는 증거일까.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난 예지원은 "슬프다"는 말을 자주 했다.

“절제하면서 연기해야 해 더 슬프게 느껴져요. 홍도는 오빠를 부모님으로 여기고 사는 인물이에요. 둘밖에 없는 절실한 상황에서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진 거죠. 아픈 역사 얘기도 나오는데 참고 견뎌야만 했던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가족이 연기에 대해 냉정한 편인데 지난 공연 때 굉장히 좋아했어요. 동생은 저를 처음으로 존경하게 됐다고 말하더라고요. 동생의 친구인 더원도 반 억지로 왔다가 감동 받아서 회식까지 따라왔어요. 작품의 힘인 큰 것 같아요.”

5일부터 CJ 토월극장에서 막을 연 ‘홍도’는 1930년대 젊은이의 사랑과 삶을 담은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고선웅 연출이 직접 각색과 연출을 맡아 지난해 처음 선보였으며, 오빠의 학업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기생이 된 홍도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2005년 고 연출이 세운 극단 마방진의 창단 10주년을 맞아 대극장에서 재공연하게 됐다. 예지원을 비롯한 모든 초연 멤버들이 올해에도 함께 한다.

“지난해에는 ‘홍도’에 설 거라는 생각을 아예 생각 못 했어요. 드라마를 하는 와중에 연극을 하자는 전화를 받았고 너무 좋았지만 드라마와 함께 하느라 더블캐스트로 가야만 했죠. 연습에도 참석을 별로 못했어요. 기간이 짧았고 더블이어서 좋은 연기를 배워서 성장하겠다는 의미로 하게 됐는데 빵 터졌어요. 보는 사람마다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극 중 기생으로 일하던 홍도는 명문가의 아들 광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다. 광호의 집안에선 이 사실을 알고 반대하지만 광호 부친의 극적인 승낙으로 결혼한다. 하지만 홍도는 광호가 유학을 떠난 뒤 광호의 모친과 동생, 과거 약혼자 혜숙에 의해 바람을 피운 것으로 몰린다. 결국 시집에서 쫓겨난다.

1930년대의 시대상을 다룬 신파극이다. 그럼에도 주제의식이 분명해 현대의 관객에게도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예지원은 "홍도라는 인물은 우리와 닮아 있다"며 먹먹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홍도는 겉으로는 연약하지만 (내적으로는) 강해요. 일도 열심히 하고 체력도 좋고요. 우직하게 일을 하는 모습이 무섭고 슬프더라고요. 캔디나 오뚝이 처럼 넘어뜨려도 계속 일어나는 모습이 저로서는 상상이 안 되지만, 위대한 인물이에요. 인간에 대한 모습도 보여줘요. 오빠가 광호에게 믿음을 잃지 말라고 하지만 오빠 역시 (가짜) 편지 하나만 보고 홍도에 칼을 들잖아요. 그게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해요. 옛날 작품이지만 절대 우리 캐릭터와 동떨어질 수 없어 더 마음이 아파요.”

예지원은 그간 연극 무대에 선 경험이 꽤 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 '부활', '엄마를 부탁해', '서툰 사람들', '미드썸머' 등에 출연하며 연극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연극은 관객과의 만남이 직접적이에요. 공연마다 관객의 웃음, 울음소리의 타이밍까지 다 다르죠. 관객이 먼저 울면 (감정이) 같이 가게 돼요. 연극은 많은 분이 반나절, 하루까지 시간을 내주시는 것이어서 최선을 다해야하는 마음이 늘 있어요. 연극 한 편, 대사 한마디에 인생이 바뀌었다는 분들이 있었으면 해요. 많이 바쁜 시대에 아무 생각 없이 비우는 시간도 되길 바라고요. 저 역시 홍도를 하면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1996년 마당놀이 ‘황진희’로 데뷔한 그는 항상 도전을 거듭해왔다. 20여 년의 시간 동안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안주하는 법이 없었다. 연기하지 않으면 몸이 아프다는 천생 배우답게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는 그다.

“오는 작품마다 긴장을 놓칠 수 없고 그 작품만 생각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체력도 늘고 에너지도 늘죠. 이 에너지가 합쳐지면 나중에 뭐가 될까 생각이 들어요. 아마 다음은 책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 같아요. 10월에는 파리에서 열리는 한국영화제에 초대받아 상숑을 부르게 됐고요. 30분 정도 ‘빠로레’를 부르게 됐는데 영화 ‘귀여워’에서의 모습이 좋아 초청했다고 하더라고요. 임권택, 홍상수 감독님 작품과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샹송을 불렀는데 10년이나 갈 줄 몰랐네요.”(웃음)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문화아이콘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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