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25)의 빠른 발은 어쩌면 가장 침착하고 진중한 생각 속에서 나왔다.
박해민은 1일 경기까지 33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NC 박민우와 함께 도루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있다. 이들 뒤로는 NC 김종호(32개), kt 이대형(30개)이 바짝 쫓고 있다.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로 도루 1위를 내달렸던 박해민은 잠시 주춤하며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7월 팀이 상승세를 타는 동안 본인도 차근차근 도루 기록을 쌓아 나갔고, 순위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지난해 119경기에서 36도루를 했던 박해민은 올시즌 94경기 동안 벌써 33번 베이스를 훔쳤다.
지난주 NC전을 치르다 발목이 살짝 꺾였던 박해민은 "조금 통증이 있긴 한데 많이 아프진 않다. 못 뛸 정도는 아니다"라고 상태를 밝혔다. 그런 박해민에게 도루왕 경쟁에 대해 묻자 그는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무조건 자신 있다'는 답변이 돌아올 줄 알았지만 박해민의 판단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아무래도 (박)한이 형이 복귀하면 또 한번의 자리 경쟁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다 타순이 내려가거나 아예 선발로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박해민의 설명이었다. 갈비뼈 골절로 전열에서 이탈한 박한이는 빠르면 보름 안에 팀에 합류한다. 박한이가 복귀할 경우 외야진 및 타순의 교통 정리가 불가피하다. 9월에는 배영섭까지 경찰청에서의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류중일 감독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냉철하다고 해서 도루왕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해민은 "예민하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도루왕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언제 딸 수 있을 지 모르는 타이틀이지 않나"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도루라는 게 일단 나가면 뛰면되니까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다. 그치만 팀을 위해서 성공률을 높여야 하고, 뛸 상황과 뛰지 말아야 할 상황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최근 박해민은 2번 타순으로 나서면서 리드오프 구자욱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막강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하고 있다. 중심 타선 앞, 빠른 발 하나로도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구자욱과 박해민은 상대팀에게는 말그대로 '무서운 콤비'다. 박해민은 "2번 타순에 있으면 타석이 많이 돌아오니까 좋지만 중심 타선 앞이기 때문에 아웃될 경우 리스크가 더 커 한 번 더 생각하고 가게 된다"고 2번에서의 도루에 대한 장단점을 이야기하며 "성적을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상위 타순에 있을 때가 더 재미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외야진의 선수층이 두터운 삼성이기에, 박해민은 도루왕 이전 팀에서의 주전 경쟁을 뚫고 살아남아야 한다. 이제 풀타임 2년차, 박해민은 "형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한참 모자라니까 당연히 경쟁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쟁 때문에 부담은 없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라고 의젓하게 얘기했다. 본인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현재까지 삼성에서 전경기(94경기) 출장한 선수는 최형우와 박해민 둘 뿐이다. 팀에게 없어선 안 될 전력이라는 의미다.
박해민에게 무조건적인 욕심은 없었다. 팀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박해민은 그렇기에, 그래서 더 베이스에 나가기만 한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이를 악물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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