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이정재가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을 통해 호평 받고 있다.
이정재는 '암살'에서 두 얼굴의 임시정부대원 염석진으로 분했다. 염석진은 영화의 시작과 끝에 서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극의 중심축이다.
'암살'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던 이정재는 자신이 연기한 염석진에 대해 "영화를 보는 분들은 염석진의 캐릭터가 굉장히 강해 보인다고 느끼실 것 같다. 하지만 저는 염석진의 내면에는 굉장히 겁이 많고, 용기가 부족한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을 전했다.
염석진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이정재는 목소리 톤은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까지 철저한 계산을 하며 완벽하게 준비했다. 이정재는 "특별히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범접하기 어려운 사람의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48시간 무수면 촬영이나, 개봉 후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는 20대에서 60대를 넘나드는 연기에 대해서도 "몸무게를 64kg까지 뺐었는데, 그 숫자를 유지해야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특히 노인의 몸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근육까지 줄이고 빼야 하니 식단조절도 신경 써야 해서 소금도 먹지 않고 그랬었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만큼 '암살'은 그가 더욱 최선을 다 하고 싶었고, 더욱 집중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그는 "일단 근육이 없어지니까 체력이 떨어지더라"고 웃으며 "일상생활에서 행동하는 속도가 안 나오니까 몸이 느려지고 등도 계속 굽는 것 같았다. 정신적으로는 그런 면이 힘들었다.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면 염석진으로 보여야 하니까, 복합적인 감정을 소화해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암살'이 1930년대 시절을 다루고 있는 만큼, 이정재 역시 촬영을 준비하며 이 시대를 공부하고,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그 당시에 여러 인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또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다큐멘터리를 특히 많이 봤었다"는 이정재는 "그렇게 자료를 조사해 나가나다가 '물지도 못 할 거면 짖지도 말아야지요'라는 말을 보고 이 대사가 꼭 '암살'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감독님께 말씀드렸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정재가 전한 이 대사는 실제 '암살' 속에서 염석진이 강인국(이경영 분)과 나누는 대화 속에 삽입돼 관객의 몰입을 도왔다.
이정재는 "염석진이 아무리 안 좋고, 나쁜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그 사람도 한국 사람이었지 않나. 내 얼굴 한 구석에 흉터가 있는데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해서 없는 게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염석진의 얼굴도 결국 우리의 얼굴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식으로 개념 자체를 다르게 잡으려고 했다"며 캐릭터를 위해 쏟았던 남다른 관심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이정재가 생각하는 '암살'을 통해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는 "변하지 않는 신념으로 살아가는 안옥윤(전지현)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그렇게 신념을 굽히지 않으며 살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을 하게 됐으면 한다. 영화를 보면 정말 많은 질문들이 숨어있고, 또 그 질문들이 눈에 보이는데 그런 부분들을 찾고, 또 느껴주셨으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덧붙이기도 했다.
또 이정재는 "'암살'이 1930년대를 다루고 있고, 또 우리 역사 속 실제 이야기이지 않나. 그 인물들을 한 번 정도는 되짚어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왔어야 했는데 제작비 같은 여러 현실적 문제들 때문에 어려웠던 부분이 있던 것 같다. 다른 장르 영화들도 많이 개발됐으면 좋겠고, '암살'을 비롯해 다른 한국 영화들 역시 모두 좋은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영화인으로서 한국영화를 향한 애정 어린 바람을 함께 전했다.
그의 바람처럼, 지난 달 22일 개봉한 '암살'은 2일 오후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매 작품 철저한 준비와 뛰어난 연기로 극의 흥행을 이끌어 나가는 이정재의 멈추지 않는 열정이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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