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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구단 팬들, 그들이 '퓨처스 올스타'를 찾은 사정

기사입력 2015.07.18 08:03 / 기사수정 2015.07.20 10:56

박진태 기자


[엑스포츠뉴스=수원, 박진태·이지은 기자] "충분히 가능합니다." 

잠깐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 유망주들이 정말 팀을 이끌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확신에 찬 대답이 튀어나왔다. 사는 곳도 좋아하는 팀도 달랐지만, '믿음'만큼은 모두 하나였다.

지난 17일 10개 구단 팬들이 수원 kt위즈파크에 모였다.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는 각양각색의 유니폼을 입은 야구팬들이 같은 응원가를 불렀다. 심지어 어떤 팬도 갖고 있지 않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를 향해 목청을 높였다. 그것 또한 모두 '팀의 미래'을 위해서였다.

현재가 아닌 미래이기에 이들은 쉽게 주목받지 못한다. 1군이 받는 스포트라이트에 비하면, 2군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모인 팬들은 그 숨겨진 주인공들을 위해 자신의 하루를 내어놓았다. 어디서 이런 열정이 생기는 걸까. 각자의 사정을 들어봤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윤영수 

삼성의 열혈팬 최진하(25)씨는 '미래의 1군 선수'를 보기 위해 수원을 찾았다. 최 씨가 이날 응원했던 퓨처스 올스타는 역시 삼성의 내야수 윤영수. 최 씨는 "1군에 한 번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날은 '건강한 마음'을 준비했다. "선수들이 본인을 응원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였다.

평소 2군 경기도 가끔 보러 다닌다는 최 씨가 밝힌 직관의 매력은 "가깝게 선수와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매력을 더 알리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KBO에서 퓨처스리그 관련 홍보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이라고 부탁했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류지혁 

두산을 좋아한다는 강은수(27)씨 역시 2군 경기를 종종 찾는 열혈 야구팬이다. 야구를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 올스타전을 찾았다. 강 씨가 응원하는 퓨처스 올스타는 마침 이전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던 두산의 내야수 류지혁. 베어스와 어울리는 외모라는 게 그만의 이유다.  

최 씨 역시 2군 경기에 자주 가는 만큼 아쉬운 맘이 크게 다가온다. "이천 베어스 파크가 너무 먼 것 같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김준완

NC팬 이찬호(37)씨는 집 근처에서 개최된 올스타전이 퓨처스 올스타전이 반가웠다. 다이노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권희동(상무야구단)으로, 탁월한 수비 능력으로 이 씨를 야구계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권희동은 퓨처스 올스타 명단엔 오르지 못한 상황, 이날은 외야수 김준완을 응원하러 경기를 찾았다. 

2군에도 관심이 많은 이 씨지만, 사실 자주 가지는 못했다. "2군 경기를 꼭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주말에 1군 경기를 보려다 보니 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말 끝엔 아쉬움이 묻어났다.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송성문, 감독 김성갑

넥센팬 김선재(26)씨는 kt위즈파크에는 첫 방문이었다. 퓨처스 올스타전은 선수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김 씨는 " 퓨처스 올스타전에 오면 1군에 한 번씩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을 볼 수 있어서 반갑다"고 덧붙였다.

역시 응원하는 쪽은 화성 히어로즈 내야수 송성문이다. 김 씨는 "송성문은 포스트 서건창의 역할을 해줄 선수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화 이글스: 투수 김범수

대전 출신이라 한화를 좋아하게 됐다는 길소정(23)씨는 주황색 민소매티에 사인을 한가득 받은 상태였다. 퓨처스 올스타 티켓을 예매한 뒤, 사인회에 참석하는 행운까지 얻었다. 길 씨는 "사실 이 모든 선수를 다 아는 건 아지니만 관심 있는 선수는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역시 주인공은 한화 출신 투수 김범수. "이름이 끌려서"라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이유가 뒤따랐다.

▲SK 와이번스: 투수 문승원

SK를 좋아하는 김정하(23)씨 역시 수원에는 첫 방문이다. kt위즈파크가 생겼기에 수원이란 도시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김 씨는 "2군 경기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라며 솔직한 직구를 던졌다. 그래도 관심이 있는 선수는 있다. 역시 자팀 출신인 상무의 문승원 선수다. "군 복무를 잘 마치고 팀에 돌아오라"는 게 유일한 바람이었다.

▲기아 타이거즈: 지명타자 황대인

광주 출신 서윤식(23)의 관심사는 기아 타이거즈의 유망주들이다. 주로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들을 눈 여겨 봐뒀다가, 기사를 보고 정보를 접하곤 한다. 이 선수들이 훗날 1군을 이끄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기대하는 유망주는 지명타자 황대인이다. 서 씨는 황대인을 "팀이 부족한 타격적인 면에서 중요한 순간 적시타를 날려줄 수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서 씨는 18일 열릴 올스타전에도 수원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올스타전을 위해 퓨처스 올스타를 예매해놓고 안 오는 사람도 있다"며 예매 방식에서의 아쉬움을 표했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 소속 모든 선수(김재유 구승민 이인복 전병우)

아버지를 따라 '부태신앙'처럼 롯데를 좋아하게 됐다는 박모 씨(36)와 이모 씨(27)는 오직 롯데 선수들을 보기 위해 수원까지 올라왔다. 그들은 "종종 상동 구장을 가기도 하고, 심지어 경찰청의 벽제까지도 가봤다"며 2군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 중 구승민의 남자다운 투구, 전병우의 안정된 수비력, 이인복의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애정만큼 걱정도 생겼다. 그들은 "2군 구장엔 관객석이 있는 곳이 드물다"며 열악한 관람 환경을 꼬집었다. "라커도 없이 짐을 바닥에 두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모텔에서 잔다고 하던데"라며 선수들에 대한 걱정도 이어졌다. 

퓨처스 올스타전 자체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그들은 "KBO에서 퓨처스 명단을 어제(16일) 공지 해줬다"며 "참여하기 전에 원하는 롯데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야구공도 많이 준비했는데 무용지물이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 LG 트윈스: 외야수 서상우, 내야수 강승호

"모르는 선수가 있어도 응원하는 재미가 있다" 자신을 LG팬이라 밝힌 홍지형(23)씨는 퓨처스 올스타전의 매력으로 꼽은 점이다. 2군 경기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축제를 즐기기 위해 수원에 왔다. 역시 응원하는 선수는 LG 출신 서상우와 강승호. 둘이 모두 LG의 미래가 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퓨처스 리그에 가장 아쉬운 부분은 홍보 문제다. "1군 홍보에 반만이라도 홍보를 해주면 경기를 찾아가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라는 의견이다.  

▲ kt 위즈: 외야수 송민섭

kt의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서동성(41) 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퓨처스 올스타전을 찾았다. kt의 1군 승격에 따라 서 씨의 활동무대도 바뀌어다. 지난해에는 성균관대 구장을 주로 갔지만, 이젠 kt위즈파크를 찾게 됐다. 그런 그가 꼽는 2군 경기의 매력은 '가까이서 선수들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는 "성대 구장의 경우 망 하나 사이에 바로 선수와 관중들이 호흡할 수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그런 그가 이날 주목하는 선수는 외야수 송민섭이었다. 최 씨는 "신인이지만 악바리 근성이 있어 수비를 할 때 한 발 더 나가고 열심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을 장점으로 봤다.

parkjt21@xportsnews.com  / 사진=한화 이글스

박진태 기자 parkjt2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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