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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해동전설(海東傳說)7 (2) 최고의 리더

기사입력 2007.02.18 03:55 / 기사수정 2007.02.18 03:55

편집부 기자

글: 김종수/그림: 이영화 화백



"이야! 상우야. 멋진걸, 아주 잘하고있어."

이엽과는 반대로 박덕인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쭉 찢어져있었다.

"상우가 공을 잘 주니까 경기하기가 편해요."

"고맙다. 상우야. 저놈들 얼굴 새파랗게 질린 것을 보니 얼마나 통쾌한지…"

동료들 역시 이상우를 둘러쌓은 채 함박웃음을 짓고있었다.

"아직 경기가 끝난 것 아니야. 아직 후반전도 남았잖아."

주변의 칭찬에도 아랑곳없이 이상우는 그저 담담하기만 했다. 그때였다.

"껄껄껄…역시 내 아들놈이야. 그렇지. 사내란 모름지기 어느 상황에서도 냉정을 유지해야지. 암, 그게 바로 전달수의 가장 이상적인 마음가짐이야."

너털웃음소리와 함께 박덕인의 뒤쪽으로 한 중년사내가 걸어왔다. 치렁치렁한 장발에 얼굴 가득 수염으로 뒤덮인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이상우의 부친인 이막동이었다.

"아…사형, 오셨습니까?"

이막동을 보기 무섭게 박덕인이 두 손을 모으며 예의를 표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부친을 쳐다보는 이상우의 이맛살은 가볍게 찡그려지고있었다.

"경기 중이에요. 방해되니까 나가계세요."

"하핫…이놈아 그렇지 않아도 나갈 거다. 아들놈 잘하고 있는 것 보았으니까 말이야."

"어서 나가세요. 경기야 관중석에서 봐도 되는 것이잖아요."

이상우의 음성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이 녀석아! 아버지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보다못한 박덕인이 이상우를 나무랬다.

"껄껄껄…됐네, 됐어. 요새 내가 신경을 못써주었더니, 이 애비한테 토라진 것 같네. 그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사람들도 있는데 기본적인 예의는…"

"어허, 아니래도…원래는 이 애비한테도 살갑게 대하는 녀석인데 지금만 이러는 것이라니까. 잠깐 나 좀 볼래? 상우야."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찡긋 웃어 보인 이막동은 이내 이상우를 데리고 연무장 바깥으로 나갔다.

"안에서 얘기하지 왜 여기까지 사람을 끌고 와요. 귀찮게…윽!"

이상우의 말은 채 이어지지 못했다. 이막동의 솥뚜껑 같은 손바닥이 얼굴을 후려갈겼기 때문이었다.

"네 녀석 버르장머리없는 것이야, 원래 귀엽게 봐주고 있다만, 다른 사람들 있는데선 애비체면 좀 살려 줘야할 것 아니냐?"

"……"

땅바닥에 쓰러진 채 이상우가 이막동을 노려보았다. 독기가 잔뜩 서려있는 눈빛이었다.

"단둘이 있을 때는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있을때는 조심하도록 해라."

"……"

이상우는 말없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퇘엣…"

땅바닥으로 피가 섞인 침이 뱉어졌다. 어느새 이상우의 입술은 터져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녀석아! 피는 닦고 가. 남들이 이 애비를 어떻게 오해하겠냐?"

"염려 말아요. 내가 쪽팔려서라도 티는 안 낼 테니까."

 

 

다시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좋아! 무조건 이 녀석부터 막는 거야.'

이엽의 지시대로 포항현선수들의 수비는 이상우 한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일단 전반전과같이 양진웅이 대인수비를 하고, 옆쪽에 있는 동료가 도움수비를 나온다. 그리고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 다른 선수들까지도 계속해서 이상우를 놓치지 않는다. 여차하면 세명, 네명이 포위를 하는 것도 불사한다.

쉬쉬쉬쉭…
기술적인 요인은 둘째치고 이상우의 체력과 빠르기는 다른 소년들과 급을 달리했다. 양진웅을 비롯한 포항현선수들이 끊임없이 앞뒤를 막아서는데도 별 무리 없이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가 동료들에게 공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펄펄 끓는 폭염사막에서 몇 년 동안 수련을 쌓은 몸이 아니던가…

'이런 망할 놈!'

화가 치밀어 오른 양진웅은 이를 악다문 채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잠시 멍하니 있는 사이에도 인천현의 득점이 또다시 올라갔다.
이상우가 앞쪽의 동료에게 공을 던지려는 순간이었다.

"에잇!"

약이 바짝 오른 양진웅이 모르는 척 몸으로 이상우의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와당탕.
두 소년은 한데 엉켜서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으윽…"

잘못 넘어졌는지 양진웅은 오른쪽 어깨 쪽으로 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그와는 달리 이상우는 가볍게 벌떡 일어나는 것이었다.

"……!"

그리고 더욱 양진웅을 놀라게 한 것.
이상우는 넘어지고 일어서는 일련의 동작사이에서도 손바닥에서 농구공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아니 그런 정도가 아니라 계속해서 바닥에 공을 퉁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

양진웅뿐만 아니라 연무관의 모든 사람들, 심지어는 같은 편인 인천현대표들까지도 신기에 가까운 이상우의 공 놀림에 넋이 나간 표정들이었다.

"뭐해? 어서 받아."

그런 동료들을 향해 소리를 한번 질러 보인 이상우가 손목을 살짝 꺾어 보였다.
휘익!
공은 여지없이 그물 주머니 밑의 동료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계속)

※ 본 작품은 프로농구잡지 월간 '점프볼'을 통해 연재된 소설입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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