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최근 가장 자주 브라운관에서 만날 수 있는 배우는 단언컨대 이주승이다.
올 한 해만 해도 벌써 tvN 월화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의 미스터리한 옥상남 안찬수부터 '프로듀사'의 귀신FD로 나섰고 곧 방송되는 SBS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도 출연한다. 지난해에는 '피노키오'의 경찰 안찬수로 겨울을 보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주승은 종영한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팀을 통해 즐겁게 촬영을 마쳤던 기억을 먼저 떠올렸다. '욕쟁이 사무관' 권율은 진지한 농담으로 촬영장 분위기를 띄웠고, 촬영은 빠릿빠릿하게 진행됐다.
"배우들은 순하고 스탭들도 여유로웠죠. 편안한 분위기에서 찍다보니 배우들도 서로 좋게 지냈어요. 모두들 유하시고 정이 많은 편이어서 딱딱하지 않게 후배들을 많이 풀어주셨어요. 제 역할도 신선했어요. 드라마안에 여러 장르가 있었고, 제가 그 안에서 스릴러와 미스테리 부분을 담당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죠. 시청자들에게 다음회를 보고 싶게 궁금증을 유발해야했어요. 착한 아이지만 겉으로 보기엔 위험하고 나빠 보이게끔 일부러 오해하는 연기에 중점을 뒀습니다."
이주승은 쉴 틈이 없다. 지난해 말 '피노키오'에 이어서 올해 초에는 영화 '소셜포비아'가 개봉했고, 연이어 '식샤를 합시다2'와 '프로듀사'에 출연했다. 이번에는 SBS 신규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하지원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너를 사랑한 시간'은 아직 대본이 초반부 밖에 안나왔어요. 제 캐릭터는 저도 궁금해요. 동생 역할을 많이 받았지만 편안하고, 발랄한 진짜 동생같은 건 처음이에요. 늘 압박에 갇혀있거나 우울한 동생이었죠.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는 굉장히 낙천적이고 밝고, 남녀 주인공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이번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은 과거 '피노키오'를 함께했던 조수원 감독을 비롯해 윤균상, 진경 등 익숙한 출연진들과 함께하게 됐다. 이주승 스스로도 '피노키오'팀이 함께하는데 같이 하지 않으면 서운할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익숙한 스탭들과 조우하게 됐다.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하지원에 대해서는 은근한 '팬심'을 전했다.
"'너를 사랑하는 시간' 촬영장은 꼭 '피노키오' 현장을 가는 기분이죠. 감독님도, 스탭들도 같고 출연하는 사람들도 피노키오 출연진들이 많아서 꼭 시즌2 같은 기분이에요. 하지원 선배와는 이제 겨우 한두씬을 찍어서 연기호흡을 말하긴 민망해요. 아직까지는 어색해요. 평소에 워낙 좋아하던 배우라 제 '팬심'이 좀 남아있어서 그런지, 친누나 역할이라 편해야 하는데 아직도 떨리고 긴장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주승은 고등학생 때부터 쉼없이 연기를 해왔다. 줄곧 연기를 해와서 그는 다른 길을 생각하지도 못했단다. 그 덕에 이주승은 20대에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아직은 실패를 많이 해봐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해 부담없이 연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거푸 작품을 해온 그는 자신의 장점으로 '정해지지 않은 이미지'를 손꼽았다.
"제 얼굴이나 이미지가 아직 한정된 게 없다는 점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역할에서 많이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이미지가 좀 애매하다보니까요(웃음) 그래서 여러 역할을 맡을 수 있었어요. 예전에는 어려보이는 외모가 좀 스트레스였어요. 하지만 20대 중후반이 되니 어린 그 느낌이 좋아요. 아마 제가 노안이었다면 저보다 나이가 많거나 경험 많은 선배들과 경쟁해야 했을 거에요. 제가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표현해야하니 어려움도 있었을텐데, 동안이다보니 그래도 살아왔던 인생을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아닌가 싶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다수의 작품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그이지만, 최근 드라마 출연이 이어지면서 팬들도 늘어났다. 이주승은 자신을 지지해주는 팬들에게 고마움과 반가움을 드러냈다. 그들의 댓글도 괜시리 다 찾아보게 된다고 고백했다.
“팬들이 많아져서 너무 좋아요.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죠. 배우는 사실 연기를 하고 나면 허무해질 때가 많아요. 드라마의 매 장면마다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붓지만 금방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허무감을 느끼기도 해요. 그러나 응원해주는 분들은 그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봐주고, 오랜시간 기억해주세요. 그런 것들이 힘이 돼요. 찾아보면 안되지만, 댓글 같은 것도 찾아보게 돼요. 드라마하면 갤러리나 기사 댓글, 이런 것들도 보죠. '소셜포비아'를 찍고 난 뒤라 그런지 악플이나 이런 것들에는 조금 의연한 편입니다.(웃음)"
'살인의 추억'이나 '연애의 목적'에서의 박해일과 같은 배역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는 같은 맥락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보다는 '저 배우가 좋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단순히 인기나, 호감이 아니라 자신의 연기를 더욱 눈여겨 봐주길 바라서다.
"관객이나 시청자들은 그 배우가 좋으면 그 사람이 연기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연기를 '기깔나게' 잘하는 배우도 좋지만, 봤을 때 저 배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저는 연기를 해서 어느 위치까지 갔으면 하는 것보다는 그냥 연기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사실 독립영화를 찍을 당시에는 특이하고 독보적인 역할을 많이 해서 제가 잘 섞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잘 섞이려 노력하고 있어요. 조화라는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곤 합니다."
이주승의 연기 외의 다음 목표는 연출이다.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스물일곱인 그가 20대를 다 떠나보내기 전에 자신 만의 연출작을 선보이고자 한다.
"저는 다른 것은 잘하는 게 없어요. 배우를 하다가 좌절하거나 일을 몇 년간 쉬었다면 다른 것도 불안한 마음에 해봤을 텐데 운이 좋아 쉰 적이 없었죠. 연출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아직은 공부를 많이 해야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제가 조금 투자를 해서라도 단편 영화라도 연출해보고 싶어요. 20대가 가기 전에 한, 두편 찍어보고 싶어요. 영화제에서 한 곳도 불러주지 않는다면, 집에서 빔을 쏴서 볼겁니다.(웃음)"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이주승 ⓒ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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