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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 최고의 주장은 바로 나!

기사입력 2006.05.13 07:42 / 기사수정 2006.05.13 07:42

편집부 기자
    
모든 단체 종목이 그러하듯 축구에도 공격수나 수비수같은 정해진 포지션 외에 한 가지 '자리'가 더 있다. 90분 동안 자신을 포함한 11명이나 되는 선수들을 아우르고 이끌며 팀의 승리를 위해 공헌하는 그라운드의 사령관, 바로 주장이다.

축구란 경기의 특성상 감독이나 코치의 작전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기회는 경기 전이나 전반 종료 후 갖는 하프 타임밖에 없어 경기 내내 선수들을 지휘하고 다독거려야 할 주장의 역할은 분명 남다르다.

경기중 심판 판정에 공식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선수는 주장뿐이다. 그라운드 밖에 있는 감독의 안타까운 외침을 전파하는 역할도 주장이 해야 한다.

제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라도 제대로 된 주장이 없으면 경기에서 하나 된 전력을 발산하기 어렵다. 최소한 경기중에는 감독보다 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주장이다.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에서 최고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 최고의 주장은 과연 누가 될까? 팀의 명운과 개인의 자존심을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암 밴드(Arm Band)를 찬 리더'들을 미리 만나본다.

▲ 잉글랜드의 주장, 데이비드 베컴
ⓒ fifaworldcup.com

최고의 캡틴을 노린다!

최고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조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어야 한다. 월드컵을 가장 먼저 치켜드는 그 영광스러운 몫 역시 주장의 것인 만큼 월드컵 우승이 곧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골든볼과 골든슈 같은 개인 기록을 시상하는 상이 있긴 하지만 리더에게 이런 개인상은 필요치 않다. 오직 팀을 가장 높은 곳에 끌어 올려야만 리더로서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런 점에서 가장 앞서 있는 선수는 '영원한 우승 후보'인 브라질의 주장 카푸(36·DF)다. 브라질은 호나우두 아드리아누 호나우딩요가 이끄는 황금 공격진에 카카와 제호베루투와 에메르손 등이 버티는 허리도 탄탄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카푸는 여전한 체력과 기량으로 조국에 월드컵 2연속우승을 안기겠다는 각오다. 시들지 않는 노장 카푸가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을 2회 연속 들어올리는 사나이가 될 지 주목된다.

브라질의 우승을 저지할 대항마로는 개최국 독일과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꼽힌다.

역사상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다는 잉글랜드는 최근 주전 공격수인 웨인 루니의 부상으로 비상이 걸렸지만 베컴-제라드-람파드-조 콜로 이어지는 특급 미드필드 라인을 앞세워 40년만에 월드컵 정상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너무나 화려한 미드필더진에 있어 그 어느 팀보다 주장 베컴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개최국 독일은 미하엘 발락(30·MF)을 앞세워 통산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았던 올리버 칸의 완장을 이어받은 발락은 성실하고 기복 없는 플레이로 우승과 함께 최고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팀을 융화하는 리더십을 인정 받은 발락이 게르만 전차군단을 어떻게 지휘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도 조국을 구하기 위해 돌아온 '아트 사커'의 정신적 지주인 지네디 지단(34·MF)과 변함없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의 소린(30·DF), 그리고 이탈리아의 칸나바로(33·DF)와 스페인의 라울(29·FW)도 조국의 우승과 '넘버 원' 캡틴이 되기 위해 독일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다.

▲ 우크라이나를 월드컵 본선으로 이끈 셰브첸코.
ⓒ fifaworldcup.com

처녀 출전? 우리에게 두려움은 없다!

이번 월드컵은 유난히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처음 출전하는 나라들이 많다. 비운의 스타로 불렸던 안드레이 세브첸코가 이끄는 우크라이나가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북중미의 트리니다드토바고도 감격의 본선 첫 진출을 이뤄냈다.

아프리카는 5장의 출전 티켓 중 4장의 주인공이 모두 월드컵 처녀 출전국이다. 한국의 첫 상대인 토고를 비롯해 가나 앙골라 코트디부아르 등이 월드컵 역사에 새로이 이름을 올렸다.

돌풍의 주역이 되고자 하는 처녀 출전국들의 가장 큰 적은 역시 큰 경기에 대한 압박과 긴장감이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최고의 무대에 섰을 때 긴장하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이들에게 내려진 지상 최대의 과제이다.

그런 면에서 이들 처녀 출전국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주장들의 위치는 더욱 특별하다.

그 중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는 역시 우크라이나의 '비운의 스타' 안드레이 세브첸코(30·FW)다. 우크라이나 대표 선수들 대부분이 자국 리그 팀인 디나모 키예프나 드네프르에서 뛰고 있어 빅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적다.

우크라이나는 분명 저력이 있는 팀이긴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세브첸코의 리더십이 더욱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출전국 중 가장 강력한 팀으로 꼽히는 가나의 주장은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피아(26·MF)가 맡는다.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에시앙과 더불어 강력한 중원을 형성하는 아피아는 1990년 카메룬, 1994년 나이지리아, 2002년 세네갈이 보여준 '검은 돌풍'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그 밖에 한국의 본선 첫 상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토고는 10년 넘게 수비 라인을 이끌고 있는 아발로(31·DF)가 주장을 맡고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첼시의 공격수로 잘 알려진 디디에 드로그바(28·FW), 앙골라와 트리니다드토바고는 각각 아크와(29·FW)와 노장 요크(35·FW)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팀을 이끌 예정이다.

▲ 한국 국가대표팀과 그들을 이끌 주장 이운재(뒷 줄 맨 오른쪽)
ⓒ fifaworldcup.com

이색 주장들

주장의 상징인 '암 밴드'는 보통 필드 플레이어, 그 중에서도 미드필더들이 차는 경우가 많다. 미드필더들의 임무가 공수의 조율과 경기 흐름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 포지션에서 리더들이 많이 배출된다.

그런데 좀 색다른 포지션의 주장도 있다. 바로 골키퍼다. 활동량도 적고 운신의 폭도 좁아 선수단 전체를 이끌어야 할 주장의 역할이 다소 어색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경기장 가장 뒤에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포지션인 만큼 가장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독일월드컵에서는 한국의 이운재(33)와 네덜란드의 반 데 사르(36)가 골키퍼로선 '유이'하게 주장의 중책을 맡았다.

본선 32개국 중 최고령으로 주장을 맡은 선수는 이란의 '전설' 알리 다에이(37·FW)다. 레이나(33·MF)와 미국 대표팀 주장 완장을 놓고 경쟁 중인 도노번(24·MF)은 만약 캡틴이 되면 최연소 주장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이탈리아 세리아A의 AC 밀란은 3명씩의 주장을 내놓아 스타 군단임을 과시하고 있다. 마드리드는 베컴(잉글랜드) 라울(스페인) 지단(프랑스)을, 밀란은 세브첸코(우크라이나) 카푸(브라질) 보겔(스위스)을 주장으로 배출했다.

포지션별로는 미드필더가 12명으로 가장 많고 수비수가 10명으로 그 뒤를 따랐으며 공격수와 골키퍼가 각각 8명과 2명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찰 선수들 중 30대가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는 9명에 그쳤으며, 이들의 평균 나이는 31.4세로 나타났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선보이며 승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암 밴드'를 찬 리더들.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에서 누가 최고의 리더로 거듭나며 조국에 월드컵을 안길지 벌써부터 수많은 축구팬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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