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23 22:58 / 기사수정 2007.11.23 22:58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2007 FIVB 월드컵 국제남자배구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남자팀의 모습은 처절하기만 합니다. 1라운드 첫 경기에서 호주에게 3-2로 진 여파가 큰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후에 벌어진 일본전과 아르헨티나전, 그리고 22일 벌어진 대 러시아전에서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상대팀의 연습상대가 된 것 마냥 허무하게 무너져갔습니다.
애초에 한국남자대표팀이 월드컵 대회 참가를 큰 무게를 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 이런 모습은 대표팀의 앞날에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우선적으로 팀의 사정이 어떻건 간에 그 팀으로 이뤄낼 수 있는 전력은 최대한 살려내야 합니다.
이러한 명제도 또 연습기간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답변할지 모릅니다. 변명은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책임감의 완수는 아무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이제 내년 5월에 있을 올림픽예선에서 한국남자 대표팀이 반드시 일본과 호주를 이기려면 현재와 같은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됩니다.
팀이 발전하려면 승패와는 상관없이 서서히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야 하고 플레이 스타일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야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팀이 발전하는 진행형이고 이것은 후에 탄탄한 조직력으로 완성됩니다.
최소한 몇몇 프로 선수들이 부상과 12월 1일에 열릴 2007-2008 V리그를 앞두고 소속팀의 훈련 때문에 불참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있는 선수들만으로도 발전적인 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부분부터 하고자 하는 의욕은 없어 보이며 아시아선수권보다 오히려 플레이 스타일은 더욱 퇴보하였습니다.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경쟁해야 될 스피드가 안 보이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높이와 파워를 가진 유럽과 북미, 남미의 선수들도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하는 플레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지없이 리시브가 잘돼서 올라오면 바로 중앙속공이나 빠른 C퀵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플레이를 더욱 모범적으로 펼쳐야할 한국은 그런 모습조차 상실하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이번 대표팀의 레프트로 참가한 박준범(한양대)과 신영수(대한항공)는 다른 국가의 선수들에 비해 높이와 파워도 그렇지만 스피드조차 느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으로 국가대표 주전으로 뛰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아무리 연습시간이 짧았다고 해도 국제대회를 생각했더라면 이런 안이한 플레이는 나오면 안 됩니다. 애초에 뛸 무대가 국제무대라는 것을 염두에 뒀다면 결코 국내 무대에서 보였던 그런 훈련을 반복해서는 안 되며 한층 빠르면서 상대의 높은 블로킹을 이용할 줄도 아는 그런 플레이를 터득하고 조금은 대처해야 했을 겁니다.
현재 한국의 윙스파이커진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미약해 보입니다. 높이와 파워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스피드까지 느리니 이들의 공격력은 상대방에겐 그리 위협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상대방은 항상 빠른 C퀵으로 고공폭격을 가하는데 한국팀의 공격은 빠른 C퀵도 공격수들의 느린 움직임 때문에 오픈공격으로 변질해서 나타납니다. 그러니 상대방의 높은 블로킹을 감당할 수 없으며 지속적으로 공격 범실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한국의 윙스파이커중에서 가장 빠르고 패기가 넘치는 라이트의 문성민은 그 중에서 나름대로 활약은 해주고 있지만 그가 아무리 고등학교 시절에 라이트 경험이 있다고 해도 빠른 발걸음과 세트플레이를 잘 습득하는 그의 체질을 보면 국제무대에서는 레프트가 더 적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최고의 왼손잡이 라이트인 박철우(현대캐피탈)가 기흉부상으로 빠진 라이트 부분이 현재 한국 전력의 큰 구멍이기도 합니다. 또한, 올해 열렸던 월드리그와 아시아선수권에서 코칭스태프의 전술 부족과 전력분석관조차 없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활약했던 것은 주장이자 공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경수의 활약이 지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이경수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은 대표팀의 전력에 큰 손실을 가져왔습니다.
대표팀에서 이경수는 리베로 여오현과 함께 팀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선수입니다. 볼을 때리는 기교와 각이 한국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편이고 결정타를 때려줄 믿음성도 가장 좋은 선수가 이경수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호주와의 1라운드 1차전 경기는 한국팀에 이경수가 있었다면 한국이 승리했을지도 모르는 경기였습니다. 마지막 5세트에서 결정타를 때려줄 호주의 캐롤이란 거포가 있었던 것에 비해 한국은 그런 선수가 부족했었습니다.
또한, 이경수는 리베로 여오현과 함께 서브리시브를 책임지는 선수였습니다. 리시브에서 약점을 보이는 젊은 선수들은 문성민과 김요한, 그리고 박준범에 비해 이경수가 들어간다면 지금보다는 리시브와 수비에서 안정을 가져옵니다. 이렇게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던 이경수가 빠지니 팀의 전력은 상당부분 떨어져 있습니다. 또한, 이경수의 빈자리를 대체해줄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도 한국 남자배구의 심각한 문제점입니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이경수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선수는 대한항공의 주전 레프트 신영수입니다. 그도 지난 V리그와 이번 코보컵 등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지만 서브리시브와 수비에서는 미진한 부분을 보이고 있으며 공격역시 스피드와 높이의 부족으로 국제무대에서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신영수 본인에겐 이러한 국제무대의 경험이 그가 성장해갈 디딤돌이 될 것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참가한 이번 월드컵은 결코 마지못해 참가해서 다른 상대팀의 연습상대 정도의 팀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월드컵 대회 참가 의의는 내년 5월에 있을 올림픽 예선을 대비한 전력 점검이 첫 번째 목적이고 두 번째는 젊은 선수들이 풍부한 경험을 통해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한층 높은 국제무대에서 선전하며 얻는 자신감에 있습니다. 이렇게 의미 없이 힘도 써보지 못하며 연패만 거듭한다면 어린 선수들에겐 오히려 사기만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할 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코칭스태프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저 대회에 참가했으니 경기 수만 채우고 귀국하는 것은 미래를 본다면 대표팀에게 전혀 이득을 주지 못하는 태도입니다. 적어도 현재 가지고 있는 전력을 십분 발휘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사진 (C) 대한배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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