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9.05 19:01 / 기사수정 2007.09.05 19:01
[엑스포츠뉴스=안희조 기자] 네덜란드기자, 한국은 형제의 나라
엑스포츠뉴스는 이번 이천수의 이적과 관련해 골닷컴(http://kr.goal.com/kr)과 함께 골닷컴 네덜란드의 안드레 트롬퍼스로부터 현지에서 보는 이천수에 대한 시선과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현재 페예노르트(이하 페예)의 분위기를 들어 보았다.
현재 페예에서 거는 이천수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이천수 없이도 이미 연승행진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전 오노 신지와 송종국의 실패가 보여 주듯 단기간의 활약보다 팀에 대한 적응이 우선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페예의 팬이기도 한 안드레의 생각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보았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을 현재 네덜란드인들이 대부분인 페예에서의 빠른 적응을 들며 이천수의 성공이 과거 박지성과 이영표의 빅리그 진출처럼 성공적인 사례가 되길 원했다.
페예노르트, 부활을 꿈꾸는 네덜란드의 명문
Q : 이천수의 입단으로 한국 내에서 페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페예란 팀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A : 페예는 네덜란드리그에서 가장 많은 서포터와 경기장이 있는 에레디비지에의 명문구단입니다. 1970년 유러피언컵 우승과 1974년, 2002년에 UEFA컵 우승의 기록과 함께 13차례의 네덜란드리그 챔피언에 등극한 영광스런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1999년 리그 우승과 2002년 UEFA컵 우승이후 단 하나의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하는 등 최근에는 그 명성이 다소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시즌은 특히나 실망스러웠는데요. 리그 7위까지 추락하며 UEFA컵 진출권조차 따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여름에 모든 것들이 변했습니다. 다시 로테르담으로 돌아온 반 마르바이크 감독을 따라 로이 마카이, 반 브롱코스트, 안드벨레 슬로리, 케빈 호플란트, 팀 데 클레 등 좋은 기량을 가진 많은 선수가 팀에 합류했습니다. 한동안의 부진을 딛고 올 시즌은 다시 네덜란드의 명문클럽으로 부활하는 페예의 모습을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이번 이적 시장에서 많은 선수가 팀에 들어오고 나갔는데요. 그런 부분에서 조직력에 문제점이 있지는 않을까요?
A: 현대 축구에서 많은 이적이 이루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다행히 페예는 새로운 선수들이 대부분 7월 초에 팀에 합류했고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많은 평가전을 치러볼 수 있었죠. 조금 더 발을 맞춰 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시즌이 시작된 후 세 게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Q: 과거 네덜란드리그는 PSV아인트호벤, 아약스, 페예가 주축이 된 3강 체제가 일반적인 흐름이었는데요. 최근 들어서 AZ알크마르의 급부상 등 그 판도가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페예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나요?
A: 아닙니다. 모든 팀들이 AZ의 부상을 반기고 있습니다. 리그에서 팀들 간의 경쟁은 더욱 재밌어지고 흥미롭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부터는 더 이상 빅3의 리그가 아닌 빅4의 리그로 부르자는 이야기도 오가고 있는 중이고요. 그럼에도, 아직 팬들이나 리그의 이미지 자체는 빅3의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긴 합니다.
Q: 그렇다면 올 시즌, 페예가 예상하고 있는 순위는 몇 위이며 시즌의 목표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최근 몇 년간의 부진했던 모습을 떨쳐내고 다시금 네덜란드의 강자로 올라서자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페예는 올 시즌 3위에서 4위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챔피언이 될 팀과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천수, 팀원과 융화되는 것이 중요해
Q: 현지 팬들이나 기자들이 이천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그리고 얼마만큼 그에게 관심이 있나요?
A: 사실 이천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26세로 한국에서 아주 유명한 선수며 스페인에서 한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것 정도죠. 아직 이천수가 그리 유명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 사람들은 로이 마카이, 반 브롱코스트, 사힌 등 현재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죠. 그러나 저는 곧 이천수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리라 생각합니다. 페예에서 가지는 첫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빨리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게 되겠죠.
Q: 이천수의 입단과 관련해 페예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조금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팬들은 로이 마카이나 반 브롱코스트와 같이 좀 더 자신들에게 알려진 선수들이 합류하기를 기다렸는데 이천수는 이곳에서 그리 유명한 선수는 아니거든요. 어쨌든 팬들은 새로운 공격수가 들어왔다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큰 기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것들이 이천수에게는 부담을 줄여주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천수가 팀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할까요?
A: 현재 페예는 거의 대부분이 네덜란드 선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을 사귀고 말도 배우고 선수들과 밖에서도 즐겁게 지내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과거 송종국이 페예에 있던 시절 있었던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송종국은 분명 좋은 선수였지만 다른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원은 아니었죠.
이천수, 측면 공격수로 활약할 듯
Q: 보통 이천수는 측면공격수를 주 포지션으로 하고 상황에 따라 쳐진 공격수로도 활약을 합니다. 페예에서 어떤 포지션에서 플레이를 하며 어떤 선수가 이천수와 포지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나요?
A: 이천수는 팀에서 오른쪽 측면의 슬로리와 함께 왼쪽 측면 공격수로 활약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카이가 그 가운데에 있을 것이고요. 현재 슬로리가 부상을 당하며 페예는 다섯 명의 미드필더를 두는 전술을 쓰고 있는데요. 이것도 아주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 생각에 이천수가 모든 경기를 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네요. 왼쪽 날개로서의 경쟁자를 꼽아 본다면 아마 재능 있는 미드필더 루이지 브륀스(현재 세 경기 출전 두 골)정도가 있겠네요.
Q: 이천수는 대표팀과 울산현대와 대표팀의 프리키커로 활약해 왔습니다. 현재 페예에서 프리킥을 전담하고 있는 선수는 누구며 이천수도 팀에서 프리킥을 찰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요?
A: 페예에서는 조나단 데 구즈만, 닉 호프스, 로이 마카이가 상황에 따라 번갈아 가며 프리킥을 처리합니다. 구즈만은 지난 NAC브레다 전에서 멋진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기도 했고요. 사실 이천수가 프리키커로 자리를 잡을 거라고는 확답을 못하겠습니다만 아직 팀 내에서 뚜렷한 No.1 프리키커가 없는 만큼 실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기회는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천수 영입, 마케팅의 측면도 없지는 않아.
Q: 아시다시피 과거 반 마르바이크 감독 아래에서 송종국 선수가 페예에서 활약했었죠. 그 당시 반 마르바이크 감독과 송종국의 관계는 어땠으며 서포터들은 송종국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나요?
A: 송종국의 시작은 매우 좋았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시즌이 끝난 후 찾아 온 부상과 함께 그에게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죠. 경기력도 나빠졌고요. 오노도 그렇지만 첫 번째 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다 그 이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저희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현재는 많은 팬이 송종국을 잊어버린 상태입니다. 감독과의 관계는 매우 좋았습니다. 마르바이크 감독은 송종국에게 자신감과 믿음을 줬고 오노와 함께 좋은 플레이를 펼치도록 이끌었죠.
Q: 송종국이 남긴 자취들이 이천수에게도 영향을 미칠까요?
A: 물론입니다. 한국 선수들이 성실하고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게 됐습니다만 선수들과의 공동체 형성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천수의 입단에 대해 생겼던 걱정들 중 팀 적응에 관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이천수의 팀 적응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Q: 오노신지는 페예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는 아시아 선수라 생각됩니다. 그 선수에 대한 팬들의 평판은 어땠나요?
A: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첫 번째 시즌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이후 부상이 겹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팬들이 그를 사랑했었던 것은 분명해요. 2002년 UEFA컵 우승의 멤버로서 페예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아시아 선수로 기억되고 있죠.
Q: 최근 많은 유럽클럽이 아시아시장 개척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페예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되는데요. 과거 오노신지를 통해 팀 전력뿐 아니라 마케팅에 있어서도 좋은 성과를 얻어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이천수의 영입 역시 그러한 의도가 녹아있다고 볼 수 있나요?
A: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그렇다'입니다. 페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빅클럽은 아니지만 우리 역시 세계시장개척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이천수의 영입 역시 상업적인 목적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페예는 그의 실력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팀 위원회는 상업성에 치우쳐 기량이 부족한 선수를 영입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거든요.
Q: 2002년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이후 한국축구와 네덜란드축구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바라보는 한국축구에 대한 시선은 어떤가요?
A: 축구에 있어서 한국은 네덜란드와 형제와 같은 나라입니다. 한국이 네덜란드식의 축구를 좋아하고 우리 지도자들과 선수들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이영표나 박지성과 같이 네덜란드리그를 거쳐 간 선수들이 더욱 큰 선수로 성장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어요. 한국 축구에 대한 평판은 매우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천신만고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이천수의 유럽 재진출은 험난했습니다. 이적시장이 열릴 때마다 수많은 루머가 끊이질 않았고 이적이 확실시된다는 언론보도도 수차례나 터져 나왔지만 결국 남겨진 것은 좌절과 아픔뿐이었습니다.
결국, 이천수는 유럽무대를 다시 밟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가 꿈꿔오던 빅리그로의 진출은 아니지만 '스타사관학교'라 불리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강팀, 페예의 입단 역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이 끝은 아닙니다. 분명, 궁극적인 목표는 유럽진출 자체가 아닌 유럽무대에서의 성공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이천수가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아직까지 페예 팬들에게 이천수는 낯선 한 명의 동양인일 뿐입니다.
그의 당돌한 패기와 자신감이 성공적인 적응의 밑거름이 된다면 검증된 실력인 만큼 충분히 네덜란드에서 스타가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기사는 골닷컴 한국어 페이지(http://kr.goal.com/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