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브렛 필이 왜 '역전의 명수'인지 다시 한번 확인한 경기였다.
KIA 타이거즈는 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즌 7차전에서 7-4로 승리했다. 넥센전 5연패 끝에 2연승이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두번 말하지 않아도 역전 만루 홈런을 터트린 브렛 필이었다. 필은 팀이 1-3으로 뒤진 4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넥센의 두번째 투수 우완 언더핸드 김대우를 상대했다. 넥센이 우완 언더핸드였던 선발 한현희를 내리고 또다시 김대우를 선택한 이유는 필이 언더핸드에 유독 약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필이지만, 좌투수(0.407)나 우투수(0.288) 상대 타율에 비해 언더핸드 투수 상대 타율이 2할 밖에 되지 않았다. 홈런은 한개도 없었다. 때문에 넥센은 바뀐 투수가 첫 타자로 필을 상대해야하는 것을 고려해 김대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김대우의 최근 페이스가 좋은 것도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상대 전적이 통하지 않았다. 필은 1볼-1스트라이크에서 김대우가 던진 126km/h짜리 몸쪽 낮은 커브를 기다렸다는듯이 받아쳤다. 몸이 무너지면서 잡아당긴 이 타구는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만루 홈런이 됐다. 언더핸드를 상대로 올 시즌 처음 터트린 홈런이라는데 첫번째 의미가 있고, 넥센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흐름을 단숨에 뒤집었다는데 두번째 가치가 있었다.
왠지 익숙한 장면이다. 필은 지난달 24일 광주 롯데전에서 9회말 동점을 만드는 만루 홈런으로 팀의 끝내기 승리에 기여했었다. 올 시즌 벌써 두번째 만루 홈런인데 두번 모두 팀이 가장 필요한 상황에 터졌다.
이 홈런이 더욱 의미있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7일 필의 부모님이 아들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 장거리 비행을 한 탓에 이날은 경기장을 찾지 못했지만, 곧 직접 챔피언스 필드에서 필을 응원할 예정이다. 딸아이가 있는 어엿한 가장이지만 필은 부모님의 방문을 몇 주 전부터 손꼽아 기다려왔다. 특히 마이너리그 투수 출신인 아버지는 필이 평소에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꼽는 '멘토'다.
필은 넥센전을 앞두고도 부모님의 광주 방문 소식을 전하며 '싱글벙글'이었다. 텔레비전 중계 화면을 통해 역전 홈런을 지켜봤을 부모님에게도 좋은 선물이 된 셈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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