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지원 기자]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절대 갑의 몰락, TV에서는 가능했다.
2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극본 정성주/연출 안판석) 마지막회에서는 한인상(이준 분)과 서봄(고아성 분)이 한정호(유준상) 최연희(유호정 분)의 삶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말 그대로 '을'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이었다. 한인상과 서봄은 한정호 재산 상속을 포기했다. 이들의 과외 선생이던 박경태(허정도 분)는 한인상 서봄을 돕기 시작했고, 이선숙(서정연 분)은 일을 그만뒀다. 최연희(유호정 분) 역시 한정호를 떠났다. 을의 반란은 성공적으로 이어졌고, 한정호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갑에 대항하는 을의 반란을 그려온 블랙 코미디 드라마. 매번 반란에 실패하고 갑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던 을들은 비로소 마지막회에 주체성을 가지고 반란에 성공했다. 그들은 기득권인 갑에 무릎을 꿇거나 갑의 세력에 빌붙으려던 종전의 모습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갑'이 되는 새 삶으로 나아가는데 성공했다. 블랙코미디를 꾸준히 선보이던 '풍문'은 결국 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방송을 마쳤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방송 초반부터 갑과 을을 명확하게 지정하며, 그들의 관계에서 나오는 블랙 코미디를 세련되고 격조 높게 선보였다. 한정호와 최연희는 역대급 '갑'으로 명예와 부를 과시하고 또 자존심을 있는대로 세우지만, 결국 어디선가 그 자존심을 스스로 짓밟는 꼴을 보였다. 한정호는 정신적 결핍으로 불륜을 저질렀고, 최연희는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모습으로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스스로 노출했다. 제 발 걸려 넘어지는 절대 갑들의 모습에 시청자는 속 시원히 손가락질 했다.
그 과정에서 을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움직임도 드라마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대표적 을의 산물이었던 서봄은 어느샌가 시댁 사람들에 물들어 갑질을 하기도 했고, 동생의 부를 등에 업은 서누리(공승연 분) 역시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저택을 벗어나려 하는 한인상 서봄이 이혼 위기를 겪으며 벌어지는 굴곡들도 '풍문'이 보여줄 수 있는 남다른 속물 사회의 반영이었다.
이렇듯 기득권을 비꼬는 블랙코미디로 시작한 '풍문으로 들었소'는 마지막까지 극의 주제를 놓치지 않으며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 사회 기득권을 통칭한 '갑'을 향한 유쾌한 비꼬기와 씁쓸한 결말, 속물일지언정 소시민들의 모습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반영한 '을'의 모습은 '풍문으로 들었소'가 호흡 긴 드라마에도 불구 오랜 기간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했다.
앞서 '풍문으로 들었소' 측은 마지막회와 관련, "돈과 명예, 권력을 지향하는 기성세대인 유준상·유호정 부부, 그걸 따를 수 있음에도 정의와 이상을 꿈꾸는 새로운 세대인 이준·고아성 부부가 어떤 삶을 살지 결정한다"며 "갑들에게 붙어 을질을 하며 먹고 살던 을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가 던진 마지막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렇듯 '풍문으로 들었소'는 갑을 수직관계만이 판치는 세상에서 정의롭고 옳은 삶이 과연 무엇인지, 우리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적인 인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꽤나 현실적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완벽히 이상적인 결과를 선보였다. 그 과정에서 블랙 코미디와, 통렬한 풍자와, 또 절대갑의 몰락을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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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풍문으로 들었소 ⓒ 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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