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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이 남긴 성과와 숙제

기사입력 2006.07.11 08:21 / 기사수정 2006.07.11 08:21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손병하 기자]  지난 한 달 동안 지구촌 사람들의 눈을 한 곳으로 모이게 했던 '2006 독일월드컵'이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신생팀이나 축구 약소국들의 돌풍은 없었지만 그 대신 축구 강국들의 진검 승부를 즐길 수 있던 대회였고, 눈에 띄는 새로운 슈퍼스타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지난 10년간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노장들의 투혼으로 빛난 대회였다.

이번 대회는 경기 이외 월드컵 문화에 있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고, 전반적인 대회 운영에 있어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심판들의 오심 문제를 비롯해 전체적인 경기의 흥미 감소 등 문제점도 적지 않아, 월드컵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6월 10일부터 보름간 독일 월드컵 현장에서 느낀 체험을 바탕으로, 이번 월드컵 결산과 함께 앞으로 월드컵이 가야할 방향을 진단해본다.

신선한 축제의 장 '2006 월드컵'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한국과 일본에는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외국인이 찾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지리적인 여건 때문이었다. 축구 강국과 함께 분포되어 있는 팬들이 유럽과 남미로 나뉘어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도 동북아시아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독일 월드컵에는 인근에 위치한 유럽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아시아보다는 접근이 용이한 남미에서도 수많은 축구팬이 몰려들었다. 또,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는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지난 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과 일본의 축구팬들도 상당수 독일을 찾았다.

이로써 독일월드컵은 그 어느 월드컵보다 다양한 대륙의 많은 축구팬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FIFA와 독일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이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팬 페스트'라는 응원 구역을 지정하였고, 자국 대표팀의 월드컵을 구경하기 위해 독일을 찾은 축구팬들은 자연스레 팬 페스트로 몰리게 되었다.

실제로 자국 경기가 4~5일에 한 차례씩 열렸기 때문에 중간에 며칠씩 공백이 생겼는데, 그런 공백을 팬 페스트에서 해소할 수 있었다. 자유롭고 광활한 공간에서 다양한 대륙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마음껏 월드컵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월드컵 기간에 단순히 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만이 아니라 매일 펼쳐지는 축구 축제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은, 76년이 흐른 월드컵 역사에 있어 전환점이 될 만한 꽤 매력적이고 신선한 사건이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보여준 거리 응원 문화를 벤치마킹한 이번 독일 월드컵은 '월드컵 응원과 새로운 문화'라는 두 마리 새로운 토끼를 잡았다.

FIFA, 높아진 축구팬의 안목 충족시키기엔 역부족



지금까지 모두 18번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세계 축구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축구와 관련한 질적, 양적 성장은 물론이고, 축구 인프라와 관련한 수많은 시설과 기업들마저도 축구와 함께 고속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번 독일 월드컵은 전체적인 경기의 질은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변이 많은 대회였던 지난 2002년 월드컵은 얘기하지 않더라도, 지난 1998년 프랑스에서 열렸던 대회보다 '재미'가 없었던 대회였음은 분명하다.

모든 사람들의 공간인 '팬 페스트'를 비롯해 FIFA의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가 만든 열세 번째 경기장 '월드 오브 풋볼' 등과 같은 월드컵과 축구의 문화적인 측면은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축구 경기력의 향상과 점점 높아져만 가는 팬들의 안목을 만족시키는 데는 실패한 대회였다.

좀 더 혹독히 표현하자면, 월드컵에서 '축구와 선수는 없고 축구팬과 기업들의 마케팅만이 있었던 대회'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그런 대회였다.

대회의 기본적인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당연히 선수들의 몫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기량이 끝없이 발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는 인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날로 높아져 가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축구 룰의 능동적인 변화와 경기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행정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수의 힘만으로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FIFA가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환경과 각종 규정을 종합해 새로운 축구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지적되고 있는 각종 오심을 불러오는 심판의 자질 문제도 그렇거니와, 엄격하고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규칙들의 엉성한 적용 등도 고쳐야 한다.

더 이상 '축제'로만 전락하면 안 된다

월드컵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4년이란 긴 시간을 기다려서야 만날 수 있는 흥겨운 축제의 장이다. 하지만 그런 축제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축구 대회'의 의미가 축소되고 '축제'의 이미지가 더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독일 월드컵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성대한 축제를 치르기 위해 많은 자금이 필요했고, 하여 엄청난 후원액을 기부한 공식 후원사들의 축제로 전락한 대회였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축구 자체의 의미가 퇴색한다면 월드컵은 의미가 없다.

만약, FIFA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공식 후원사 간의 싸움과 그 싸움에서 승리한 이들을 배려해, 월드컵을 선수들과 팬들의 축제가 아닌 기업들의 축제로 만든다면 월드컵은 더 이상 발전할 원동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물론 월드컵도 자본과는 뗄 수 없는,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관계이긴 하지만 더 이상 도를 넘으면 곤란하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을 기점으로 무섭게 늘어난 기업들의 후원금액과, 치열한 마케팅 전쟁은 축구가 주인공이어야 할 월드컵에 코카콜라나 맥도널드 같은 기업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상 현상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월드컵이 앞으로도 축제에 매달리게 된다면, 축구를 원하는 팬들은 프리미어리그나 세리아 같은 수준 높은 리그에서 눈을 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팬들의 관심이 그런 리그로만 쏠리게 되면 자연히 선수들의 충성도는 국가보다 자신의 소속팀에 높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월드컵은 '최고 권위의 축구 대회'가 아닌 '화려한 축구 축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나친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FIFA의 월드컵 운영이 지금과 같이 지속된다면 결코 먼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4년을 기다렸던 월드컵은 끝났다. 이제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치열한 축구 전쟁과, 국가의 명예와 자존심을 건 대결은 4년 후에나 볼 수 있다. 다가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월드컵은 좀 더 축구의, 축구를 위한, 축구에 의한 월드컵이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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