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처음 통증이 온건 98년이었어요. 그런데 수술대에 오른건 2000년이었습니다. 그때가 아니라 지금이었다면 결과가 다를 수도 있었을까 미련이 남는건 사실이에요."
'코리안 몬스터'라고 불리던, 쓰러질 것 같지 않았던 국가대표 투수 류현진이 수술대에 올랐다. 그의 갑작스런 수술은 야구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조금씩 이상 기미가 보이더니 끝내 어깨에 탈이 나고 말았다.
류현진은 22일(이하 한국시각) 로스앤젤레스에서 구단 주치의 닐 엘라트레체 박사의 집도 하에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어깨를 열어보고 확인한 정확한 병명은 어깨 관절와순 부분 파열. 류현진은 찢어진 부분을 꿰매고 나머지 부분을 청소하는 수술을 받았다.
투수의 어깨 수술. 그 치명성을 두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대진이다. 현재 KIA 타이거즈 1군 투수코치인 이대진은 '에이스 오브 에이스(Ace of Ace)'라고 불릴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던 투수였다. 그러나 어느샌가 그는 '인고의 아이콘', '오뚝이'로 불렸다. 그가 세차례나 어깨에 칼을 댄 선수이기 때문.
2000년 12월 22일 우측어깨 관절 및 물혹 제거를 위해 LA 조브클리닉서 첫 수술을 했다. 그런데 그 수술에 문제가 있었다. 결국 이대진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01년 9월 21일 우측 어깨 충돌 증후군 증세로 서울 강남에서 두번째 수술을 받았다. 이어 3년 후인 2004년 12월 관절막 회절 근개 부분 봉합수술을 받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투수가 심각한 어깨 부상으로 수술할 경우 '커리어 엔딩 수술'이라고 말할 정도로 완벽한 재기가 어렵다. 무려 3번이나 수술을 받았던 이대진은 기적처럼 마운드에 돌아와 감격에 젖은 100승을 채웠지만, 더이상 강속구 투수도, 화려한 공을 뿌리는 투수도 못됐다.
그런 이대진 코치에게 어깨 수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물었다.
Q : 처음 통증이 생긴 것은?
A : 1998년이었다.(이대진은 93년 데뷔 이후 98년까지 30경기 가까이 나섰고, 98년에는 28경기 12승 11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다음해인 99년에 1군 단 한차례 등판에 그쳤고 2000년 37경기 8승 6패 13세이브로 시즌을 마친 후 수술했다)
Q : 그럼 처음 통증을 느낀 후 수술을 하기까지 2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A : 이유가 있다. 어깨라는 부분이 참 묘한게 몸을 풀기 전과 공 던진 다음날만 아프다. 나도 그 당시 경기에 뛰기 위해 몸을 풀고 나면 어깨가 아프지 않았다. 던질만 했다. 그리고 자기만의 통증 완화 요령이 생긴다. 물론 등판 다음날 통증은 회가 거듭될 수록 심해진다. 원인을 알 수 없이 공이 안좋아지고 성적도 자연스레 떨어졌다.
Q : 3번이나 수술을 해야했던 이유는?
A : 첫 수술이 잘못 됐다. 지금은 안하는 레이저 수술이었는데 그 수술 때문에 어깨 안쪽 근육 부분 일부의 탄성이 사라졌다.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서 채 1년이 되기도 전에 또 수술했다.
Q : 특별한 외관적인 이상이 없었는데도 수술을 결심한 이유는.
A : 불완전성이 가장 컸다. MRI상으로는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통증이 계속 있었고 어깨가 결리듯이 아팠다. 결국 수술을 해보니까 내 병명은 '임핀지먼트 신드롬(Impingement syndrome, 충돌증후군)'이었다. 어깨 속 캡슐이 팔을 움직일때 정상적인 부분에 끼워지지 않고 옆 뼈와 자꾸 충돌하고 있었다. 사람의 어깨가 가장 복잡하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부분이다. 수술을 하기 전까지 의사들은 내게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게 문제다. 보이지 않는 부상이었다.
Q : 3번의 수술로 완치가 됐었나.
A : 나는 마지막까지 완치되지 않았고 통증을 안고 던졌다. 중간 중간 공을 던지긴 했지만 7년 정도 고생을 했다. 80~90% 정도 회복이 됐다고 판단해서 공을 던져보면 또 아팠다. 내 어깨는 아직도 아프다.
Q : 투수가 어깨를 수술했을 때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텐데.
A : 일단 한번 칼을 대면 큰 부상이었든 아니든 간에 수술 자체로 손상이 되기 때문에 100% 완벽한 회복이 안된다. 투수가 어깨에 의학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Q : 이대진이 수술했던 2000년대 초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수술과 치료 방법이 더 발전했다. 지금 수술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거라는 아쉬움은 없나.
A : 당연히 있다. 가끔씩 지금 의술이었다면 수술을 3번씩이나 하지 않고, 또 결과가 달랐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어깨는 그만큼 어렵고도 미스터리한 부위다. 본인은 완벽하게 알 수가 없이 부상이 찾아온다. 내가 봤을때 지금 젊은 투수들 가운데서도 자기 어깨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확신한다.
Q : 어깨 수술을 하고 돌아오는 투수는 많지만, 구속이 회복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들었다.
A : 구속을 회복한 사례도 있다. 다만 아주 드문 케이스다.
Q : 류현진도 급작스러운 어깨 수술을 했다.
A : 류현진에게 문제는 시간이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완벽히 통증 없는 상태에서 공을 뿌릴 수 있는게 최선의 결과다. 경기를 보면 뛰고 싶어진다. 그 마음을 줄이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워낙 유연성이 좋은 선수라 비교적 초기에 발견했기 때문에 관리하기 나름일 수도 있다. 그러길 바란다. 나는 3번이나 수술 했기 때문에 내 공을 되찾지 못하고 선수 생활이 끝이 났다.
Q : 많은 후배 투수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 첫번째로 해야할 일은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이다. 통증이 미세하게 찾아왔을때 누군가 옆에서 지켜봐주고 정확한 판단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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