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상희철 한국영상대 교수] 서울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지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홍대'를 이야기하면 모두가 하나 같이 인디밴드와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노래하는 거리 공연들을 떠올릴 것이다. 홍대는 인디 문화의 메카로 자리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촌'은 어떤가? 신촌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한국 대중문화의 산실, 신촌
1980년대, 1990년대의 고등학생들은 모두 '신촌'에 있는 대학으로 오고 싶어했고 그 이유 중에는 문화의 중심지라는 것도 컸다. 신촌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그리고 홍대로 이어지는 '대학 거리'로 다양한 문화가 만나는 곳이었다. 그리고 다른 지역보다 외국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인 곳으로 문화 예술에 굶주렸던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거리였다. 그런 모습은 '신촌블루스'라는 단어에서도 느낄 수 있다. 과거 명동과 무교동이 대중가수들의 중심지였다면, 그 당시 신촌은 자유로운 대학가의 해방구이자 언더그라운드의 중심지였다. 그랬기에 신촌이 주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자연스러운 히피문화가 섞여 신촌만의 블루스 음악이 탄생하기도 했던 것이다.
자생적 문화 공간을 잃어버린 신촌
문화가 번성하는 공간에는 사람이 몰려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몰려드는 유동인구를 따라 상권이 빠르게 발전해 나아간다. 하지만 이 당시 우리나라는 문화거리라는 개념이 부족했고, 지금 처럼 문화 예술 공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낮은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신촌의 문화 공간은 빠르게 상업지구로 변모해 갔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 현상이 나타나면서 거리를 채웠던 문화 예술의 혼은 서서히 신촌을 빠져 나갔다. 이과정에서 신촌의 '언더' 문화는 홍대로 넘어가 '인디'로 변하게 되었고, 1980년대 90년대 신촌의 자유로운 분위기도 홍대로 넘어가 지금의 모습으로 남게 된 것이다.
새로운 글로벌 문화로 떠오르는 신촌
결국 신촌은 문화· 예술 거리를 보존하기 위한 정책이 받쳐주지 못해 문화의 중심에서 이탈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신촌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거리를 빼곡하게 메우고 있고, 신촌만의 색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신촌의 거리를 걸어보면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외국인'이다.
신촌은 서울의 어느 곳 보다 공부를 위해 온 단기체류자 혹은 한국에 근무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류중인 거주 외국인 즉 엑스패츠(Expats)가 많은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현재 '외국인'하면 떠오르는 공간인 이태원 보다 더 외국인을 위한 공간으로 가치가 있다. 특히 외국인과 한국인이 학문과 문화를 주제로 서로의 생각과 이상을 소통하고 교류하기에 가장 적절한 장소이다. 만남과 대화의 소광장인 카페와 식당이 넘쳐나고, 차없는 거리로 인해 서로의 문화가 펼쳐질 수 있는 광장도 충분하다. 개화기에 외국 선교사들을 통해 서양의 교육과 기독교 문화가 들어와 뿌리내렸던 경험과 역사가 텍스트와 콘텐츠로 제공될 수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에 중요한 변인이었던 대학가의 청년문화의 변천도 외국인들의 관심이 될 수있다.
Expats의 경험공간, 신촌
신촌이 갖는 이런 공간 가치는 조금만 시각을 바꾸면 생각보다 쉽게 재정립하고 만들어 갈 수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는 것은 그 거리의 상권을 살리기 위해 후원 혹은 투자할 기업들이 많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또한 최근 해외에서 각광 받고 있는 새로운 한류문화에 힘입어 대형 프렌차이즈와 독립 매장의 한국상품들은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신촌의 역사 스토리와 문화 스토리 그리고 예술 스토리를 결합한다면, 새로운 글로벌 문화인 '엑스패츠(Expats)' 문화 거리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회색으로 변해 버린 신촌이 다시 신촌만의 색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촌이 다른 거리와 차별화 될 수 있는 아이템이 필수적이다. 신촌을 새로운 글로벌 문화 거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신한류를 이끌어가고 있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의 도움 그리고 신촌의 문화가 될 젊은이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글로벌 신인류인 엑스패츠는 거주국가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가지며, 그것에 대한 체험으로 얻어진 지식을 자량하기 바쁜 인류다. 스마트한 도구로 스마트한 매체를 통해 순식간에 전세계에 자기의 존재를 알리기 바쁘다. 이들은 개화기에 서양의 문물을 한국에 알렸던 선교사들처럼 오늘날의 신촌과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선교사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촌은 엑스패츠의 경험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