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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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아줌마들의 통쾌 활극, 판타지면 어떤가

기사입력 2015.05.07 18:28 / 기사수정 2015.05.07 18:29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학교 안팎에서 '아줌마'들의 활약상이 대단하다.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과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아줌마가 주인공이고, 소재가 학교 폭력이다.  '앵그리맘' 속 아줌마는 학교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여자를 울려'의 주인공은 학교 밖에서 활약한다.

종영을 1회 앞둔 '앵그리맘'의 시청률은 한자릿 수에 불과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관심을 받는 작품이다.

한때 '벌구포 사시미'였던 전설의 일진 출신 젊은 엄마 강자(김희선 분)가 다시 고등학생이 돼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내용을 그려냈다.

주인공인 조강자는 학교 폭력 피해자인 딸 아란(김유정)을 위해 자신이 다시 학생이 된다. 초반부터 일진 고복동(지수)과 왕정희 무리, 교사인 박노아(지현우)를 힘으로 제압한다. 이후 학교 폭력을 넘어 재단 비리를 적극적으로 헤쳐나간다. 학교폭력, 원조교제, 성폭행, 청부살인 등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지만, 학교를 둘러싼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시청률 20%를 목전에 두고 있는 '여자를 울려'도 '홍길동' 아줌마의 활약상으로 통쾌함을 주고 있다. 주인공인 덕인(김정은)은 수수한 옷차림을 한 학교 앞 식당 주인이다. 전직 여형사로, 평소에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아는 푸근한 아줌마다. 하지만 단골 학생들이 학교 폭력 피해를 당하자 물불 안가리고 가해자들을 응징한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폭력 문제에 소홀한 선생님들에게 따지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한다. 

두 작품은 우리 사회의 묵은 과제인 학교 폭력 문제를 보통 아줌마들이 해결하는 설정으로 돼 있다. 마치 '홍길동' 처럼 나서 묵은 갈등을 해결하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통쾌한 맛을 선사한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고통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학교나 사회, 국가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답함을 뚫어주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두 드라마는 결국 '판타지'이다. 오랫동안 누적돼 온 학교폭력, 재단문제 등이 한 아줌마의 정의로운 활약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환상' 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에게 닥친 학교 관련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근원을 인식하면서 관심을 갖고 힘을 합쳐야 해답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두 드라마는 한 두 사람의 '요술봉' 같은 활약으로 단번에 이런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앵그리맘'의 최병길 PD도 이렇게 언급했다. "(많은 이들이) 강자가 모두 때려잡고 해피엔딩이 되는 것을 바라고 있겠지만 그렇게 해야 될 것인지, 슈퍼맨처럼 나오면 통쾌하겠지만 그걸로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엔딩은 '과연 그것으로 모든 악이 처단됐을까' 하는 식으로 가지는 않을까 한다"고 전한 바 있다.

물론 현실과 거리가 있는 영웅주의는 분명 한계를 갖고 있지만, 지친 현대인에게 위안을 주는 효과는 있다.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같은 이야기들이 늘 반복되면서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국가나 사회, 학교가 도와줄 거란 기대와 희망이 사라져 버린 자리에 '분노'로 뭉친 아줌마들이 스스로 나선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평범한 아줌마 개인의 영웅적 활약을 내세운 덕에 카타르시스도 준다. 사회와 국가를 향한 시청자의 내제된 분노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비록 허무맹랑한 이야기일지라도,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 줄 수 있다면 성공한 드라마일 터이다. 혼자보다 사회 구성원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여자를 울려 김정은, 앵그리맘 김희선 ⓒ MBC 방송화면,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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