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작심한달. 브래드 스나이더(33,넥센)가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서있다.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는 외국인 타자 '재미'를 크게 못 본 팀이었다. 비니 로티노가 포수 마스크까지 쓰면서 전천후 노력을 해줬지만, 수비도 공격도 빼어난 편은 아니었다. 조금씩 부족했다.
올 시즌도 지금까지는 비슷하다. 지난해 시즌 도중 LG에 입단했던 스나이더를 데리고 왔지만 1할대(0.184) 저조한 타율로 허덕였다. 간간이 안타를 쳤어도 승패가 기운 상황이 대부분이었고, 박빙의 상황때 상대 배터리 견제를 뚫지 못했다. 결국 스나이더는 지난달 27일 2군에 내려갔다.
염경엽 감독은 스나이더를 내려보내면서 '한달'을 약속했다. 한달동안 모든 루틴과 환경을 자신에게만 맞춰 자유롭게 훈련을 하고, 감을 찾아돌아오라는 뜻이 담겨있다. 사실 염 감독의 '스나이더 방임 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부진이 시작된 4월 중순에도 3~4일 가량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며 "네 하고싶은 방법으로 감을 찾아보라"고 주문했었지만 신통치 않자 아예 엔트리 말소를 결심했다.
사실 이 시점에서 누구보다 답답한 것은 스나이더 자신이다. 밝고 쾌활한 성격인 그도 부진이 길어지자 얼굴에 고민이 묻어났다. 스나이더는 "스스로 불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위기 상황에 몰리자 내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답답해 했다.
스나이더가 말한대로 그의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에서 비롯된다. 스나이더의 스윙 메커니즘은 넥센 코치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만큼 좋다. 하지만 이 좋은 기술이 정작 실전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것이다. '잘해야한다',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타석에서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스나이더가 아직 KBO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맞는 말이다. 스나이더는 포스트시즌을 제외하고 지난해 LG에서 37경기, 올해 넥센에서 17경기를 뛰었다. 채 60경기가 되지 않는다. 시즌 사이 공백을 감안하면 특출나게 많은 기회를 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
염경엽 감독은 이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 2군에 내려간 스나이더에게 "무엇이든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 통역도 붙여줄테니 불편하지 않게 경기에 뛰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당부했다. 구단의 배려를 스나이더도 잘 알고 있다. 그는 퓨처스리그 경기에 뛰기전 "내가 못하는 상황에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있어 다행이지만, 타석에서 보여지는 내 문제점들을 하루빨리 고쳐 1군에 다시 합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나이더는 6일 상무전까지 퓨처스리그에서 총 4경기에 뛰었다. 16타수 4안타를 기록했는데 4안타 중 3개가 홈런이다. 지난 1일 첫 경기에서 2안타 1홈런을 친 후 2경기에서 잠잠했지만, 6일 상무전에서 다시 멀티 홈런을 터트리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지금까지 넥센은 외국인 타자 교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무한정 스나이더를 기다려 줄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약속된 한달 중 일주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스나이더는 스스로를 구하는 방법을 깨닫고 돌아올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스나이더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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