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나유리 기자] 이홍구로 시작해 이홍구로 끝났다. 프로 3년차 포수 이홍구가 짜릿한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KIA 타이거즈는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3차전에서 9회말 반전드라마를 썼다. 2-6으로 뒤지고 있던 9회말 브렛 필의 동점 만루 홈런이 터졌고, 2사 만루 찬스가 이홍구를 향했다. 승부가 갈린 것은 롯데 홍성민이 이홍구를 향해 던진 볼 한개였다. 초구가 우타 이홍구의 몸쪽 높은 곳을 향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평범한 볼로 보였지만, 이홍구가 주심을 향해 어필했다. 공이 오른쪽 팔꿈치를 스치고 갔다는 것이다.
곧바로 주심도 몸에 맞는 볼을 선언했고, 이홍구는 웃으며 1루 베이스를 향해 뛰어갔다. KIA 선수들도 모두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득점하는 3루 주자와 이홍구를 반겼다. 끝내기 득점이었다.
다음날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홍구의 얼굴에는 아직도 어제의 기쁨이 묻어있었다. "6-6 동점인데다 팀 분위기가 올라왔다. 여기서 못치면 큰일난다는 생각이었다"는 이홍구는 "솔직히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내가 치는 것보다 팀이 이기는게 우선이니까 일단 어떻게든 살아나가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들뜬 어조로 열심히 설명했다.
홍성민의 제구가 흔들리는 상황이었지만, 2아웃이었다. 이홍구가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난다면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을 것. 그래서 이홍구는 간절하게 찬스를 노렸다.
"볼이 올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럴 여유도 없었고, 무조건 눈에 비슷하게 들어오면 치자고 생각했는데 공이 갑자기 몸쪽으로 오더라. 사실 치려고 했는데 배트를 멈추다가 공이 정말 살짝, 하나도 안아프게 내 팔꿈치를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주심에게 어필을 했다"는 이홍구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사실 KIA가 9회말 반전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이홍구로부터 시작됐다. 선두타자였던 이홍구가 2루타를 때려내 공격에 불이 붙었고, 다시 이홍구로 끝났다. "9회에 내 타석이 또 한번 돌아왔다는 것도 몰랐다.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는 그는 "경기가 끝나고 휴대폰을 봤더니 카톡 메시지가 50개 넘게 와있더라. 대부분은 팔꿈치에 맞았을때 내 표정이 우스꽝스러웠다는 내용이었지만 팀이 이겼다는 사실 자체로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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