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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파울볼' 잊지 마시오, '원더스'란 기적이 있었음을

기사입력 2015.04.01 23:36 / 기사수정 2015.04.01 23:50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얼마전 김성근 감독은 1323일만의 승리를 거뒀다.

지난 주말 프로야구가 막을 올렸다. 한화 이글스의 사령탑에 오른 김성근 감독은 1323일만에 승리를 거뒀다. 그 승리의 주춧돌이 된 선수는 송주호였다. 송주호는 김성근 감독과 고양 원더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송주호는 원더스의 혹독한 연습을 견뎌내고 프로에 입성해,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송주호처럼 한때는 프로행을 갈망했지만 어떤 팀의 스카우터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은 선수들이 있었다. 혹은 드래프트나 신고선수로 프로의 길에 들어섰지만 벽이 높아 끝내 진입하지 못하고 낙오된 선수들도 있었다. 고양 원더스는 그런 선수들의 요람이었다. 국내 최초의 독립 야구단으로 출범한 고양 원더스는 태평양을 건너 온 선수부터 택배 기사, 헬스 트레이너등 마치 공포의 외인구단을 연상케 하는 인원구성으로 새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 '파울볼'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덤덤하게 원더스 선수들의 이야기와 원더스의 마지막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야구 마니아로 유명한 배우 조진웅이 내레이션을 맡고 조정래, 김보경 두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고양 원더스는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모토 아래 프로야구의 팜역할을 충실히 하며 조건 없이 선수들을 프로팀에 풀어주곤 했다. 프로야구 신인왕 출신인 김수경 전 넥센 히어로즈 투수 코치를 비롯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향운장' 최향남등 프로야구 팬들에게 익숙한 인물들의 담금질의 현장이기도 했다. 구슬땀을 흘렸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원더스는 끝내 해체 결정을 내리게 됐다.

원더스의 해체에 대해 영화는 깊고 세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선수의 말로 대신한다. 원더스 소속 선수는 해체의 원인을 알고 싶다고 묻는다. 그 누구도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영화는 원더스가 왜 해체했는지보다는 해체를 맞이한 선수들과 감독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 더욱 가슴 아프다.



영화를 지탱하는 것은 '야신' 김성근 감독과 야구를 위해 뭉친 '고양 원더스'의 선수들이다. 일흔이 넘은 노감독은 지금도 수비연습을 위해 펑고를 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은 프로에서 혹은 프로의 벽에 다가가보지도 못했기에 눈물과 땀을 흘리며 연습에 열중한다. 오로지 야구만을 생각하며 살아와 '야신'이 된 노감독은 자신이 팀의 해체 앞에서 너무나도 무력하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하고 프로라는 꿈을 향해 달리는 원더스 선수들의 연습 장면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처음부터 고양 원더스의 마지막을 담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고양 원더스의 해체로 더욱 더 극적인 결말을 맞게 됐다. 영화 속에서 주로 모습을 비췄던 연습벌레 선수들은 다행스럽게도 현재 프로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중이다. 김성근 감독이 고양 원더스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새롭게 부임한 한화 이글스는 전지 훈련 당시 이 영화를 상영하며 선수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등장했던 고양 원더스라는 야구팀을 다룬 다큐영화지만 야구에 대한 많은 지식을 필요로 하는 영화는 아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열정이 야구를 넘어선 무엇인가를 그려낸다. 허구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이 현실임을 다시 한 번 확인 시킨다. 원더스의 이닝은 종료되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님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오는 2일 개봉.

추천별점: ★★★★(5점 만점)
추천대상: 고양 원더스 선수가 뛰는 팀의 팬, 야구 마니아, 스스로의 열정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사람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파울볼ⓒ오퍼스 픽쳐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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