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아이언(본명 정헌철·23)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토해낸 '독기'를 통해 실력파 래퍼로 거듭났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세워 엠넷 '쇼미더머니3' 준우승까지 이뤄냈다고 밝힌 그는 첫 디지털 싱글 앨범 '블루(blu)'를 발표한다.
'블루'에는 이별의 상처를 감춘 한 남자의 복잡한 심경을 담았다. 시모(Simo) 슈프림 보이(Supreme Boi) 기즈모(Gizmo)가 힘을 합쳐 만들었다. 신예 바빌론(Babylon)이 피처링을 맡았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른 노래죠. 노이즈 사운드가 흐르고, 불협화음 건반 소리가 등장한 뒤 베이스가 더해지면서 균형이 잡히게끔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블루'는 힙합에 록 사운드를 입힌 곡이다. 악기 구성은 단순하지만, '힙합'이라는 틀 속에 록과 알앤비를 접목했다.
힙합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시도는 '쇼미더머니3'에서 보여준 것과 다르지 않다. 완성도에 신경쓰다 보니 미니 앨범에서 디지털 싱글로 첫선을 보이게 됐다. "이번에도 편견을 깨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죠. 흑인들이 랩 하듯이 연습했어요."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반응을 염두에 둬야 했다. 당장 모든 잠재력을 선보여야 한 것이다. "이전에는 현란한 랩을 했었지만, 한국말의 특징을 살린 채 그루브 스윙감이 느껴지도록 열심히 연습했죠. 이제 정체성이 확립된 것 같아요."
경연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리기 전까지 아이언은 홀로 연습과 곡 작업을 준비했다. '쇼미더머니3'는 힙합의 시야를 더 넓게 해준 기회였다. "방송 출연으로 많이 배웠죠. 그 이후에도 단점을 보완하려고 했어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실험적이면서 세련되고 대중성까지 잡으려고 했죠." 그는 첫 디지털 싱글 발표에 대해 "영화 '아이언맨'의 초반 깡통 로봇이 완전체 아이언맨이 됐다"고 밝혔다. 이제 제대로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언은 결승 무대에서 '씨 다 퓨처(C Da Future)'를 준비했다. 힙합 헤비메탈 레게 등을 섞었다. 준결승에서 선보인 '독기'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아이언은 바비에게 우승자 자리를 내줬다. "우승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있어요. 원래 힙합적인 곡을 준비하고 있다가 뻔해 보이더라고요. 미친 스타일로 해보자고 생각했죠. 힙합을 틀 안에 갇히게 하는 것이 싫었어요." 이렇듯 그는 무모한 시도를 즐겼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양동근(36)은 아이언과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두 사람은 '쇼미더머니3'에서 같은 팀으로 경연에 참가했다. 아이언은 이제 양동근과 같은 소속사에서 활동한다. "원래 말씀이 매우 없으시죠. 옆에 있으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은혜에 보답할 일만 남은 것 같아요." 아이언은 양동근이 자신의 신곡을 듣고 아무 말 없이 미소 지은 것을 보고 "정말 잘 만들었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친누나의 영향으로 처음 음악을 접한 아이언은 초등학생 때부터 힙합에 푹 빠졌다. 미술 쪽에 관심이 있었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방황했다. 꿈을 잠시 놨던 때 다시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힙합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힙합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각 지방에서 열리는 청소년 가요제에 나가서 상을 타다 보니 자신감도 생겼죠." 수많은 무대에 오른 그는 장려상을 탔던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때부터 래퍼의 꿈이 조각됐다.
고향인 광주광역시에서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왔다. 방탄소년단 랩몬스터(김남준·21)와 힙합 그룹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으로 방향이 정해져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공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아이돌은 정말 모범을 보여야 하니까요. 저는 그럴 만한 그릇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1년 2개월 만에 독기를 품고 다시 서울로 왔죠." 친구 집을 전전하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쇼미더머니3' 출연을 결심했다. 큰 성공을 바라지 않은 채 도전했지만,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성장만으로 찬사를 받았던 아이언에게 냉혹한 힙합 신의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경연 내내 자신감은 있었어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죠. 이제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랄까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욱 견고해진 듯해요. 음악성 대중성 무대에서 다른 래퍼들을 이길 수 있어요. 힙합 신을 씹어 먹고 싶어요. 여러분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가져오겠습니다.(웃음)"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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