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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돈 PD, 탐사보도 일인자의 일그러진 뒷모습 [한인구의 탐구생활]

기사입력 2015.03.26 14:11 / 기사수정 2015.03.26 16:31

한인구 기자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좋은 먹거리'를 앞세운 이영돈 PD가 그릭 요거트 문제를 다룬 가운데 식음료 광고 모델로 출연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JTBC는 이 PD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방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JTBC는 26일 "'이영돈 PD가 간다'에서는 지난 15, 22일 그릭 요거트를 다뤘다. 그러나 방송 후 이 PD가 식음료 광고의 모델로 출연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탐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연출자이자 진행자인 이 PD가 특정 제품 홍보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며, 탐사 보도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의 광고 모델로 나선 것은 시청자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다"고 밝히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공중파에서 탐사 보도로 입지를 다져온 이 PD는 종합편성채널이 생기면서 '채널 A'로 옮겨 불량 음식의 잘못된 점 등삶의 질과 곧바로 연관된 먹거리를 다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가 직접 스튜디오에서 음식을 맛보는 장면은 유행어를 만들어냈고, 시청자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심어줬다.

하지만 비판도 없지 않았다. 주로 영세자영업자들의 식당을 찾아 검증에 나섰다는 점, 전문가를 통한 평가가 이뤄지긴 했지만 상황에 따라 검증 기준이 제각각이었다는 점, 흥미 위주의 편집이 눈에 띈다는 점 등이었다. 사실관계가 확실치 않은 무리한 취재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업자도 나왔다.

그가 JTBC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이영돈 PD가 간다'에서도 8회 방송만에 논란을 일으켰다. 15일 방송된 '이영돈 PD가 간다'에서는 한 업체를 방문해 그릭 요거트 검증에 나섰고, 그 결과 한국에서 시판되는 요거트 중에서는 그릭 요거트라고 평가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고 단정했다.

해당 업체 사장은 방송 후 인터넷을 통해 제작진이 가게에 몰래온 뒤 촬영을 했고,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무가당 그릭 요거트에 대해서는 평가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 PD는 22일 방송에서 "해당 카페에는 가당과 무가당 두 종류가 있었다. 저희의 실수로 무가당에 대해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이 PD의 사과는 해당 프로그램으로 엄청난 물적, 심적 피해를 입었을 업체의 '상처'에 비하면 너무나 짧았고 그래서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이 PD는 그리스에서 요거트 제조법을 배워 직접 그릭 요거트를 만드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밥벌이'가 걸린 업체에게 사과를 전하는 태도로는 진실해 보이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이 PD가 대기업의 요거트 모델로 등장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이 PD에게 '무한신뢰'를 보내온 시청자들에게는 '배신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먹거리를 탐사보도하는 PD로서의 윤리라는 측면에서도 '있을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어느 한쪽도 편들지 않는다는 '불편부당'의 정신이야말로 탐사보도를 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도덕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문제를 파헤쳐 '탐사 보도의 일인자'라는 호칭을 얻었던 이 PD는 자신의 무책임한 선택으로 영광스러운 호칭을 스스로 차버렸다. 탐사보도의 입지가 점점 좁아져가는 미디어 환경에서 '아까운 인재'가 시청자들의 불신 속에 우리 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깝고 안스러울 뿐이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이영돈 PD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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