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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일夜화] '아빠를 부탁해' 이경규, 슈퍼맨이 아니라도 괜찮아

기사입력 2015.03.22 08:12 / 기사수정 2015.03.22 08:18

정희서 기자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방송인 이경규는 강한 사람인줄로만 알았다. 딸 예림이에게도 아빠 이경규도 늘 '슈퍼맨'과 같은 존재였다. 병마 앞에서 한없는 위축되는 그의 모습은 딸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처음이었다.

21일 첫 방송된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는 심혈관 스텐트 시술 이후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이경규-이예림 부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예림은 병원에 가기 앞서 이경규가 진행하는 SBS '글로벌 붕어빵' 촬영장을 찾았다. 어릴적 방송에도 많이 얼굴을 내비쳤던 그였지만, 아빠의 일터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T'V로 보면되지 오긴 뭘 오냐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하던 이경규와 '아빠가 불편할 것 같다'라는 속내비를 비친 이예림의 모습은 그동안 딸과 서먹했던 관계를 보여줬다.

이경규는 지난해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딸 이예림에게 알리지 않았다. 예림은 "정확하게 무슨 수술인지 잘 몰랐다. 아빠가 가슴을 치길래 가슴 근육이 아픈지 알았다"라고 아빠의 병에 대해 잘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경규는 당시를 회상하며 "큰 위기였다. 시술을 해서 살았다. 1년이 지나 이번에 입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한껏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이경규는 심혈관이 막혀 좌전방하행지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더 늦었더라면 자칫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당시 상황과 정확한 병명을 아빠에게 전해들은 이예림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예림은 병원을 향하는 길에서도 걱정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아빠에게 쉬이 말을 걸 수 없었다. 대신 그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아 먹먹함을 자아냈다. 

보는 이들에게도 병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는 이경규의 모습은 낯설기만 했다. 녹화장에서 강한 카리스마로 군림하던 그가 수술이 주는 고통이 알기에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딸의 놀란 표정에 이경규는 "시집 가지 말고 아빠 병수발을 해라"고 애써 농담을 던지며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이예림은 여러 검사로 녹초가 된 아빠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 볼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아빠의 힘 없는 발걸음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았다.

이경규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수술실로 들어가는 순간 '아무일 없이 돌아와야할 텐데'라고 생각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라고 애써 무덤덤하게 답했다. 이예림은 "이때까지는 크게 어떡하냐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무서웠다. 다음주 예고편에는 심혈관 시술을 받으며 괴로워하는 이경규의 모습과 이를 초조하게 바라보던 예림의 모습이 그려지며 상황의 급박함이 전해졌다.

이날 방송 내내 초조한 눈빛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는 이경규와 이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예림의 모습은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미련한 자식들은 부모님이 큰 병에 걸렸을 때 혹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때 '있을 때 잘할걸'이라는 후회를 하기 마련. 예림 역시 항상 아빠가 곁에 있기에 그 소중함을 몰랐다. 반면 잔뜩 긴장된 상황에서 딸에게 되려 농담을 건넸던 이경규는 아빠는 '가장의 무게감'으로 '두려움'을 이겨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스스로 '슈퍼맨'이 됐고, 가정에서 딸과의 관계는 서툴 수밖에 없었다. 

'아빠를 부탁해'가 다른 가족 관찰예능과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늘 강한줄로만 알았던 아빠들의 진솔한 내면을 들여보다며 가족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전하는 것.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없었던 아버지의 무게감을 가늠할 수 있었다. '부모님께 전화한통 드리세요'라고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방송만 보면 절로 부모님이 생각이 떠올랐다. 억지 감동을 이끌어내기보다 담담하고 진실된 모습을 화면에 담으며 효과적으로 굵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나아가 시청자들도 자신들의 가족관계를 점검해보고, 상처를 치유하는 뜻 깊은 '가족 힐링' 시간이 됐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사진 = 아빠를 부탁해 ⓒ SBS 방송화면]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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