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3.13 09:58
1990년 3월 19일 이후 한결같이 DJ 자리를 지킨 배철수는 '음악캠프'의 의미에 대해 “삶 자체다. 가장 친한 친구이고 애인이다. 나에게서 이 프로그램을 떼어내면 남는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말했다.
송골매의 멤버로 가수 생활을 먼저 시작한 배철수는 이제 DJ의 대명사가 됐다. 그는 1990년 '음악캠프' 시작 당시를 회상하며 “막상 DJ를 해보니 나와 잘 맞았고, 음악을 하는 것보다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그래서 과감히 음악을 접고 방송을 시작했다”고 시작 당시의 이야기를 밝혔다.
배철수는 스스로 “굉장히 성실하고 치밀해 방송 사고는 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실수는 하루에 두 번씩 한다”고 말했지만 딱 한 번 방송사고의 순간을 회고했다. “방송 10년 차 쯤에 방송 사고라고 할 만한 것은, 지금은 MBC 라디오를 떠났지만 박수현 PD와 함께 일하던 시절에 있었다. 나는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모니터를 하고 있었고, PD는 섭외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여섯시가 된 거다. 하지만 저도 PD도 딴 일을 하다보니 이를 아무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참 음악을 듣고 있다가 밖에서 엔지니어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손짓을 하길래 ‘오늘따라 왜 저러나’ 했는데 시계를 보니 정확하게 15초 정도가 지났더라. 라디오에서 15초 안 나간다는 건 굉장히 긴 것이었다. 서둘러 CD를 틀어야지 하는데 아무것도 걸린 것이 없더라. 심지어 오프닝 음악도 안 걸려있었다. 우왕좌왕 하다보니 총 25초 정도 아무것도 안 나간 적이 있었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큰 방송 사고였다. 그 이후로는 방송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실수는 무지하게 많이 한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그저 주어진 시간을 재밌게 보내자는 생각만 한다”고 했다.
혹 '음악캠프'를 그만두게 되면 후임 DJ로는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하느냐는 질문에는 “DJ 자리는 내가 누군가에게 물려주고 말고 할 수가 없다”며 “혹시 내가 떠난다면 이 프로그램을 영구폐지 했으면 좋겠다. 훌륭한 운동선수들도 등번호를 영구결번하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배철수의 성실함은 가장 가까이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인정하는 바다. 오프닝과 프로그램 중간에 ‘철수는 오늘’이라는 에세이 코너를 쓰는 김경옥 작가 또한 배철수의 성실함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김경옥 작가는 “변함이 없다. 그저 초창가와 비교해 달라졌다면 목소리가 바뀌었다는 것 정도다. 항상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지는 그런 DJ다”고 치켜세웠다.
배철수는 특유의 솔직함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변해가는 청취자들의 성향이 있냐는 질문에 배철수는 “청취자들도 나처럼 무지하게 지적한다. 철자가 틀렸네 어쩌네. 굉장히 까칠하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시끄러워진다”며 웃었다.
팝 전문 음악 프로그램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난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의미에 대해 정찬형 PD는 “그저 음악을 순서대로 들려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음악이라는 게 다르다. 청취자들도 얘기하는 것이 같은 음악을 들어도 MP3로 듣는 것과 왜 다르게 들릴까요 물어온다”고 말했다.
25년의 시간 동안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대한 존재 의미에 대해 배철수는 “좋은 음악이 들리고 디제이의 실없는 농담에 피식 웃을 수 있다면 그것에 만족한다. 그게 우리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며 소박하지만 라디오가 갖고 있는 기본에 주목하는 답을 건넸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25주년을 맞아 13일부터 국내 최정상 밴드 12팀의 공연을 실황생중계하며, 방송 만 25주년이 되는 19일이 속한 주에 소소한 특집들을 마련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매일 오후 6시 MBC FM4U에 방송된다.
정지원 기자 jeewonjeong@xportsnews.com
[사진 = 배철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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