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KBS 2TV 금요드라마 '스파이'가 6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웰메이드 드라마의 흐름을 꾸준히 지켜내는 데도 성공했다.
지난 6일 방송된 '스파이' 15회와 마지막 회에서는 하드디스크를 둘러싼 김선우(김재중 분)와 황기철(유오성)의 대결에 마침표가 찍혔다. 선우는 기철에게 붙잡혀 있는 엄마 박혜림(배종옥)을 구하기 위해 그에게 총상을 맞고도 끝까지 기철을 추격했고, 항구에 도착했지만 자신에게 맞은 총에 끝내 많은 피를 흘리고 숨을 거둔 기철의 모습을 발견한다.
모든 사건이 정리되고 1년 후, 선우네 가족은 평범한 행복을 되찾았다. 국정원을 그만둔 선우는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하며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 김현태(조달환)의 도움으로 이윤진(고성희)과도 다시 만났다. 국정원에 포섭돼 북에 이중 스파이로 파견됐던 윤진은 선우를 향해 "선우 씨가 도와줄 일이 있어"라고 말했고, 이 말에 선우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채 막을 내렸다.
'스파이'는 이스라엘 드라마 '마이스(MICE)'를 원작으로, 전직 스파이라는 과거를 숨긴 채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온 박혜림에게 국정원 소속인 아들 김선우를 포섭하라는 임무가 떨어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2015년 새해를 맞아 KBS에서 새롭게 시도한 금요드라마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아왔다. 첫 방송에서 시청률 7.9%(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이후 방송에서는 평균 3%대를 오가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의미는 분명히 있다. 이전까지 공중파에서 전파를 타던 방송 형태는 물론, 제작 모습까지 이전까지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스파이'의 촬영은 시종일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출연진들은 제작발표회에서부터 "감독님의 촬영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가려면 정말 집중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했고, 방송 중반 후 이뤄진 간담회에서도 여전히 그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종옥은 연출을 맡은 박현석 감독의 이야기를 꺼내며 "이렇게 해서 드라마가 잘 나올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방송되는 작품을 보면서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현장도 즐거워졌다. 사실 요즘 오래 찍고, 밤을 새 찍는 것이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데 콘티가 확실하고 연출하고자 하는 주제가 배우에게 제대로 전달된다면 짧게 찍고도 질 좋은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방송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을 수 있던 이유를 솔직하게 설명했다.
김재중도 "찍는 속도나 너무 빨라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고 언급했고, 유오성 역시 "감독님이 최초의 관객이다. 배우가 더 찍고 싶다고 해도 짧은 컷 속에서 충분히 연기가 나올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좋았다"고 감독에 대한 신뢰를 내비친 바 있다.
실제 영상에서도 이같은 시도의 결과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 회당 편성 시간이 일반 드라마보다 10여 분 정도 줄어든 50분이라는 점도 독특했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긴장감을 자극하는 배경음악, 화려한 액션과 함께 이어지는 속도감으로 시청자들에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도를 선사했다.
한 주에 두 편이 연이어 방송되는 편성이었기에 촬영 일정 역시 빡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파이'는 이처럼 간결하고 빠르게 가는 감독의 연출과 거기에 100% 부응하는 배우들의 믿음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16회, 두 달간의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빨리 찍으면서도 잘 찍을 수 있다'는 사례도 몸소 보여주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이다.
'스파이' 후속으로는 오는 13일부터 '드라마스페셜 2015'가 방송된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스파이' ⓒ K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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