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설기현(36)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2002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 동점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설기현은 4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년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났다. 현역 은퇴를 선언한 설기현은 곧바로 성균관대 감독 직무대행으로 부임해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지난 2000년 벨기에 로얄 앤트워프에서 프로에 데뷔한 설기현은 안더레흐트(벨기에)와 울버햄튼, 레딩, 풀럼(이상 잉글랜드)을 거치며 유럽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유럽 진출이 흔치 않은 시절 설기현은 선구자를 자처했고 유럽에서 쌓은 경험은 한국 축구에 많은 기쁨을 안겼다.
특히 한일월드컵 16강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뽑아낸 동점골은 4강 신화의 디딤돌 역할을 하며 설기현의 가치를 더욱 높여줬다. 13년이 흐른 지금도 설기현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골이기도 하다.
축구인생을 정리하는 자리에서도 이탈리아전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은 가운데 설기현은 "빠질 수 없는 골이다. 내가 넣은 골 중에 가장 큰 골이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단순한 한 골이 아니었다. 유럽에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자신의 축구를 한 단계 더 올려주는 값진 골이었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만든 증명이었다.
그는 "사실 안더레흐트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힘든 시기에 월드컵대표팀에 뽑혔는데 이탈리아전 골을 바탕으로 좋은 활약을 하게 됐다"면서 "소속팀 감독님도 월드컵 이후 설기현은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는 말씀을 하셨다. 확실하게 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골이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설기현은 이후 꿈에 그리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고 장시간 유럽에서 선진 축구를 몸에 익힐 수 있었다.
이제는 축구화를 벗고 당시 얻은 것들을 후배 양성을 위해 힘쓰게 된다. 설기현은 "10년 가까이 유럽에서 뛰며 나만의 축구 철학을 확립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감독으로 시작해 내 색깔을 내고 싶다"먄서 "선수로서 많은 것을 누렸지만 지도자도 그 이상의 다양한 경험을 할 것 같다. 만족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설기현 ⓒ 서울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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