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지원 기자] '닌자 어쌔신’에서는 말 한 마디 없이 카리스마를 선보이더니, ‘갑동이’에서는 초점 없는 눈빛 하나 만으로 시청자를 얼어붙게 했다.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임팩트 있는 연기로 충무로의 눈도장을 찍더니, ‘풍문으로 들었소’로 사랑스러운 찌질함이 무엇인가 톡톡히 보여준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새롭게 태어난 이준의 이야기다.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이준은 한인상 역을 만나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찌질미(찌질함+美의 합성어)’를 발산 중이다. 머리는 비상하지만 사랑에 서툰 한인상은 20여년 인생의 일생일대 사랑 서봄(고아성 분)을 만나 두 사람 사이 아이를 가지며 로미오와 줄리엣도 울고 갈 절절한 사랑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어딘가 웃긴 까닭은, 진지하기 짝이 없는 한인상이 예상치 못하게 찌질해 지는 상황에 왕왕 노출되기 때문이다. 한인상과 서봄을 떼어놓기 위해 ‘갑질 부부’ 한정호(유준상 분)과 최연희(유호정 분)이 한인상을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자, 그는 서봄을 만나기 위해 소금쟁이처럼 자신의 집에 침투했다. 다시 도망치기 위해 테이블에 숨어있던 한인상은 다리에 쥐가 나 넘어지면서 부모님께 제 존재를 들켜버린다.
한인상에게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부모님의 반대가 세상 그 무엇보다 큰 장애물일 터. “이 험한 세상에 우리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 제일 좋다”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로맨틱한 한인상의 말은 ‘풍문’의 블랙코미디의 맛을 더욱 살릴뿐더러 그만의 사랑스러운 찌질함을 돋보이게 한다.
이런 한인상의 캐릭터가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더욱 돋보이게 된 것은 이준의 연기력이 배우들과 견줘서도 손색이 없음을 반증한다. 유준상 유호정 고아성 등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는 배우들 사이에서 아이돌 그룹 출신 이준의 그것은 오히려 돋보인다. 일각에서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첫사랑의 열병에 목숨이라도 내놓을 기세인 한인상의 감정과는 되레 잘 맞아 떨어진다.
이준이 선보이는 상상 이상의 찌질미는 시청자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연기와 방송을 아우르며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준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매주 월, 화요일만을 기다리는 ‘풍문’ 애청자들이 또 한 번 이준의 매력에 빠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풍문으로 들었소' 고아성, 이준, 유준상, 유호정 ⓒ SBS 방송화면]
정지원 기자
jeewonjeong@xportsnews.com
정지원 기자 jeewonj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