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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돌멩이가 조약돌이 되기까지…지창욱이 말하는 '나의 작품'(인터뷰)

기사입력 2015.03.02 07:50 / 기사수정 2015.03.02 01:16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지창욱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또 한 줄을 추가했다. 그는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의 타이틀롤을 맡아 극을 성공으로 이끌며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힐러' 종영 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지창욱은 "인터뷰를 통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고 있다"며 힘들 법도 한 빡빡한 인터뷰 일정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지창욱과 '힐러'와 드라마,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봤다.



▲ "'힐러',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지창욱과 만난 날은 '힐러' 종영 후 일주일이 된 날이었다. 그는 "항상 그동안은 매주 화요일이 내 일주일의 마지막 날이었다. 화요일 방송까지 끝내고 나면 일주일을 마친 것 같은 느낌? 이제는 그게 없으니까 조금 허전한 것 같다"며 웃었다.

'힐러'에서 지창욱은 업계 최고의 심부름꾼 코드명 힐러(Healer) 서정후로 분했다. 어리바리한 기자 박봉수 등 자신의 임무 수행을 위해 변신도 마다않으며 캐릭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창욱은 "시청자가 잘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는 걸 재밌게 봐주시더라. 제게도 또 하나의 재미였다. 그만큼 애정을 갖고 연기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끝났다고 해서 그 캐릭터를 떠나보낸다기보다는, 가슴 속에 항상 남겨둘 것 같다"라고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드라마가 방영된 두 달 외에도 준비한 시간을 포함하면 거의 반년 가까이를 '힐러'와 함께 보냈다. 매 작품이 그렇듯이, 이번에도 역시 '끝냈다'는 후련함보다는 '아쉽다'는 마음이 더 크게 남았다.

그는 '힐러' 방송 전 다른 어느 작품보다 유독 더 부담이 많이 된다고 말했었다. 지창욱은 "함께 연기한 유지태 선배님, 또 송지나 작가님처럼 '이렇게 좋은 분들이 있는데 잘 되겠지'란 생각과 믿음으로 버틴다. 만약 '한 사람이 드라마를 이끌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힐러'라는 드라마에서 힐러 역할을 했지만, 그 뒤에는 5~60명의 스태프들이 있고 선배님, 동료들이 함께 있었으니까. '힐러'는 그런 고마움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라며 겸손하게 자신의 몸을 낮췄다.

화려한 액션과 박민영(채영신 역)과의 멜로, 또 드라마 OST 참여까지, 지창욱은 '힐러'를 통해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을 함께 듣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세 마리를 다 잡았다고 하기엔 좀 부끄럽다"고 웃으며 "'힐러'를 하면서 사람들의 믿음을 받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현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내겐 소중했던 시간이다"라고 돌아보며 "사실 작품이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정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 내 인생에서는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 "돌멩이가 조약돌 되듯이…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

지창욱은 데뷔 후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 사극까지 주로 호흡이 긴 드라마에 출연해 왔었다.

이에 그는 "20부작 드라마는 오히려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제 좀 할 만 하다'란 생각이 들었을 때 끝나버리면 어떡하지'란 걱정을 했다. 생각보다 밀도 있게 잘 표현돼 다행이지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며 '힐러'가 자신에게 준 의미를 조용히 정리했다.

지난 2008년 데뷔 이후 어느덧 8년차 배우가 된 지창욱. "벼락스타가 꿈이었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며 호탕하게 웃은 그는 "어떻게 보면 '이게 내 인생이고 내 팔자인가보다'란 생각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좋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좋은 선배님들과 어울리면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니까. '이런 길, 저런 길을 가야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하나하나 매 작품마다 열심히 하다보면 '먼 훗날엔 이게 내 길이었나 보다'란 깨달음을 얻을 것 같다"고 한층 성숙해진 자신의 생각을 내보였다.

이 바탕에는 '어떤 계기로 한 순간에 사람의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그의 경험이 녹아 있다. 지창욱은 "많은 분들이 '이제 '힐러'가 대표작이 아니냐'고 묻는다. 나는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을 뿐인데, 단지 봐주시는 분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대로 꾸준히 가야하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게 내 몫인 것 같다"고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거친 돌멩이가 계속 물살에 휩쓸리다 보면 조금씩 둥글둥글해지는 것처럼, 나도 뭔가 계속 이렇게 조금씩 계속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하나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이런 저런 일을 겪고 보면서 아주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단지 내 기준에서 '앞으로 더 좋게 변하자,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변하자' 하는 거니까. 그래서 분명한 선은 항상 정해놓고 살려고 하는데, 그렇게 계속 변하다 보면 정말 예쁜 돌멩이가 돼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힐러'를 마친 지창욱은 뮤지컬 '그날들'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는 "드라마와 뮤지컬, 둘 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하고 싶고 동경해왔던 일들이다. 정말 감히 선택할 수도 없고 버릴 수 없다. 이번 공연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고 있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다"라며 다시 힘을 내 공연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창욱이 꿈꾸는 앞으로의 모습은 어떨까. 그는 "'저 사람 정말 좋은 배우지' 이렇게 생각해주면 기분 좋을 것 같다. 명확한 답은 없겠지만, 내가 이렇게 덤덤하게 걸어온 길처럼, 앞으로도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배우가 돼 있지 않을까"라고 얘기했다.

작품 속에서 '얼마만큼 행복하게 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는지가 더 중요하다'라며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아 온 지창욱. 성장해 온 날들보다 성장해 나갈 시간이 더 많은 그의 다음 행보에 기대가 모인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지창욱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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