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영화 '쎄시봉'이 남긴 가장 큰 미덕은 조복래라는 배우의 발견이다.
영화 '쎄시봉'은 기대보다 못한 관객몰이에 그쳤다. 당초 설연휴까지 이어질 기대주로 손꼽히며 강력한 푸쉬를 받았지만, 끝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조복래는 남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쎄시봉'을 관람하고 나온 160여만의 관객이 극장 문밖을 나서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올렸을 배우는 단연 조복래일 것이다.
영화에서 그는 윤형주(강하늘 분)가 독주중인 대학의 밤에 홍익대 대표로 나와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르며 단숨에 시선을 휘어잡는다. 그가 영화 속에서 노래하는 매순간은 뇌리에 남는다. 그가 홀로 밭두렁에 앉아 '가나다라'를 부를 때도, 유쾌한 목소리로 '담배가게 아가씨'를 내지를 때까지 무엇 하나 놓칠 장면이 없다. '쎄시봉' 제작발표회를 마친 뒤에도 모두의 시선이 꽂힌 건 낯설지만 익숙한 목소리를 내는 송창식, 아니 조복래였다.
조복래는 스스로를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진지하면서도 웃음이 터져나오게 하는 리액션을 가진 배우 답지 않은 답변이었다. 그는 인터뷰 중간 중간 직접 노래를 불렀고, 음악 감독이 현장에서 단순하게 만든 메들리가 OST가 되어 돌아왔던 감동의 순간에는 그 곡을 직접 찾아 들려주는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소수의 멤버나 단 둘이 있을 때는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재미없는 사람이다. 나를 끄집어 내 대중 앞에 내보이는 것은 아직 조금 부끄럽다"고 손사레를 쳤다. 절대 다수 앞에서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이지만 그는 뮤지컬 경험도 있는 준비된 신예다.
영화 속에서 송창식이라는 거인을 맞이한 조복래는 그 역할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처음에는 '송창식' 이라는 인물에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막연해 무작정 그의 라이브를 찾아갔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조복래는 "생생하게 앞에 앉아서 라이브로 보고 싶었다. 가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뜨거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세 번 정도 방문했다. 감히 따라할 수 없는 분이었다. '멋있다'는 생각을 하며 침만 흘리다 왔다"며 실제 송창식을 마주했던 경험이 연기에 큰 자양분이 되었음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영화 속 민자영(한효주)이라면 누구를 택하겠냐는 질문에도 단언했다. 그는 "내가 영화 속 민자영이라면 윤형주도 오근태도 아닌 송창식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여자는 잘생긴 남자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영화 속 민자영도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민자영은 너무나도 아름답지 않나. 그렇게 예쁜데 굳이 잘생긴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오히려 이지적인 민자영과 달리 더 구수하고 감성이 살아있는 송창식의 반대되는 면에 끌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바닷가신까지는 상당히 가능성이 높았다고 본다. 술을 마시고 주정을 부리는 장면때문에 아무래도 아웃이 된 모양"이라며 "실제로 송창식 선생님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분인데,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이 흥미로운 배우의 꿈은 치명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멜로 영화다. 그는 "사랑이라는 것은 참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부분"이라며 "외모 중하위권에 위치한 사람의 현실적인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수많은 남성들이 나를 기억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현실적인 사랑을 다루는 멜로를 꿈꿨다.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멜로가 맞냐는 질문에 "어쩌면 관객들은 코미디로 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멜로를 보여주고 싶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그려내는 멜로만 보면 비현실적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연애라서 어쩌면 싫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도전해보고 싶다"고 자신만의 의견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어 "대중적으로 만인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함께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모든 배우들이 나에게는 롤모델이다. 각자 다른 빛깔을 가지고 있어 모두를 동경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유머러스하고 위트있는 사람이었지만,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무섭도록 진지한 배우의 눈을 갖고 있었다.
'쎄시봉'으로 그를 눈여겨 보게 되었다면 4월 개봉 예정인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악역으로 변신한 그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다. 그는 연기가 고픈 멋진 배우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조복래ⓒ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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