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강정호(28,피츠버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혀있다. 한국에서 보여준 활약이 미국에서의 100%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견해 때문이다.
'미스터리 맨'. 모호한 뜻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미국 언론에서 강정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장 잘 표현한 단어이기도 하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USA 투데이'는 "올해 기억해야 할 선수 100명"을 소개했다. 강정호는 여기에서 쿠바 국가대표 출신 투수 라이셀 이글라시아스(95위), 콜로라도의 유망주 투수 에디 버틀러(90위)보다 높은 8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매체는 강정호를 일컬어 "이번 스프링캠프 '미스터리한 선수' 중 한명"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40개의 홈런을 때려냈지만 이것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할 수 없고, WBC에서의 활약도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또 유격수 조디 머서를 위협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 가지 단서를 더 달았다.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증명할 것.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듯이 현지 언론에서는 '강정호'라는 동양에서 온 유격수를 두고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고있다. 강정호가 비공개 입찰에 나섰던 그 시점에도 양상은 비슷했다. 강정호를 향한 '배팅'이 큰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일본 내야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실패 사례를 들어 부정적인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미스터리'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내포한 뜻이기도 하다. 강정호가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서 넥센 선수단과 함께 훈련할때 거의 매일 미국 현지 언론 관계자 혹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연습구장을 찾았다.
이때 만난 한 스카우트는 이미 강정호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지난해 강정호를 비롯한 한국선수들을 보기 위해 목동, 잠실구장을 찾기도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물론 그가 속한 구단이 강정호 입찰에 참여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진지하게 강정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 스카우트는 "강정호의 매력은 장타력인데, 그의 포지션이 유격수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강정호가 2루수, 1루수 혹은 외야수였어도 메이저리그는 그의 가치를 보고 영입을 시도했을 것이다. 진입하기 어렵기는 어느 포지션이나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는 그런 곳"이라고 말했다.
비록 '타국의 비즈니스맨'이었지만 그도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강정호는 먼저 메이저리그에 왔었던 일본의 내야수들과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은 그는 "강정호가 잘해야 다른 한국의 야수들도 기회를 얻을 것이 아닌가. 류현진과 추신수가 이미 잘 하고 있지만 KBO리그에서의 직행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만큼 부담감도 클 것 같다"고 헤아렸다.
이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것은 온전히 강정호 자신의 몫이다. 이번 겨울을 알차게 보낸 만큼 현지 적응만 빠르게 끝난다면 '89위의 반란'도 충분히 꿈꿀 수 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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