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한국 축구 사상 최고의 영광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다. 한반도가 붉게 물들었던 6월의 축구 축제는 지난 10년 한국 축구의 자랑이었다.
국민 모두에게 기쁨과 감동을 안겼던 축구 영웅들은 1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유니폼을 벗었다. 그래선지 한국 축구의 강력함은 조금씩 힘이 빠졌고 12년이 지났던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는 4강 신화 주역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베테랑의 부재는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았고 16년 만에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아쉬운 성적표로 이어졌다.
그렇게 다시 베테랑을 찾았고 어느새 4강 유산 중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이는 차두리뿐이었다. 아직 현역인 선수들이 있지만 대표팀에 무난하게 녹아들 선수는 차두리가 유일했다. 성품과 체력, 경기력을 모두 갖춘 차두리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외면하지 않았다.
현역 연장과 은퇴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던 차두리와 대화를 꾸준히 가지면서 마지막 대회를 함께 걸었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축구 여행을 마무리할 결정을 내렸고 막내부터 경험한 대표팀의 자세를 슈틸리케호에 전수했다.
팀의 맏형으로 소통을 앞세운 차두리는 결승까지 치고 올라가는 대표팀의 힘이었다. 월드컵 실패를 단번에 해소한 가장 큰 이유로 점쳐졌다. 단순히 형과 베테랑의 역할만 잘한 것이 아니다. 차두리는 '회춘했다'는 말을 들을 만큼 이번 대회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대회 초반에는 교체 투입을 통해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오른쪽 풀백임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늘 차두리를 교체로 넣는 수를 활용했고 차두리는 폭풍 드리블과 안정된 수비력으로 흔들리던 팀을 지탱했다.
대표팀이 중요한 무대로 진입할수록 차두리의 활동폭은 더욱 커졌다. 그래도 차두리는 뛰고 또 뛰었다. 노장에 수중전, 연장전까지 치르는 체력적인 부담은 자신의 마지막 A매치의 영광을 위해 잊었다.
그렇게 나선 75번째 A매치, 한국 축구의 숙원을 풀 아시안컵 결승에 무대에서 차두리는 120분 풀타임을 뛰었다. 내 마지막 축구여행으로 정의한 차두리의 끝은 아쉽게도 준우승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위대한 형, 차두리를 앞세워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최고의 축구여행을 함께 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차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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