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애틀란타 호크스가 2014-15 시즌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전성시대를 열어 젖히고 있다. 46경기를 치른 애틀란타는 38승 8패로 동부컨퍼런스 1위에 올라 있다. 서부컨퍼런스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0.837)에 이어 전체 승률 2위(0.826)다.
애틀란타의 상승세는 바로 마이크 부덴홀저의 뛰어난 지도력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부덴홀저 감독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을 17시즌간 보좌한 어시스턴트 코치였다.
포포비치 감독과 함께 샌안토니오 왕조를 세웠던 부덴홀저 코치는 2013년 애틀란타의 부름을 받고 팀의 수장을 맡았다. 자연스레 몸에 익었던 샌안토니오의 시스템 농구가 애틀란타에 이식됐고, 탄탄한 수비 조직과 로테이션을 앞세워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센터인 알 호포드와 파워포워드 폴 밀샙이 골밑에서 중심을 잡고, 패싱 플레이를 바탕으로 오픈 찬스를 만들어 3점을 던지는 조직력이 잘 구축돼 있다. 제프 티그가 리그를 대표할 만한 포인트가드로 성장했고, 신들린 슈터인 카일 코버의 존재는 든든하다. 해설자들은 3점슛 성공률이 50%를 넘는 코버를 두고 "레이업슛보다 3점슛이 더 쉽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NBA.com'은 애틀란타의 강점으로 어느 한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균형감 있는 공격력을 꼽고 있다. 밀샙과 호포드, 티그가 각각 17.2점, 15.3점, 17점으로 득점을 책임지고, 코버가 13점, 드마르 캐롤이 11.8점으로 뒤를 받치고 있다. 득점 루트가 다양한 것은 마치 지난해 NBA 우승에 빛나는 샌안토니오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팀 던컨, 토니 파커, 마누 지노빌리, 카와이 레너드 등 평균 득점이 20점이 넘는 선수가 없었던 점이 애틀란타의 현재와 비슷하다.
슈퍼스타가 없어도 굳건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NBA.com'은 "패싱 게임을 통한 어시스트로 많은 기회를 양산한다"고 분석했다. 애틀란타는 현재 팀 평균 어시스트 26.2개로, 골든 스테이트(27.3개)에 이어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애틀란타는 이외에도 쉘빈 맥(현재 부상), 켄트 베이즈모어, 매튜 스캇, 타보 세폴로샤, 데니스 스로더 등의 백업 자원들이 모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롤플레이어로 완벽히 적응하며 지원사격하고 있다.
잘 배운 부덴홀저의 시스템 농구가 뿌리 내리자 해설자들은 "샌안토니오와 같은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샌안토니오의 보리스 디아우는 지난해 11월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우리가 하는 것을 거울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뿌리 내린 조직 농구는 매의 발톱을 드러내며 상대를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정말 거침이 없다. 29일 브루클린 네츠전까지 17연승을 기록한 것을 비롯, 지난달 14일 올랜도에 패한 뒤 이어진 23경기에서 22승을 거뒀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욱 알차다. 동부의 시카고, 클리브랜드, 워싱턴, 토론토, 그리고 서부의 휴스턴, 댈러스, LA클리퍼스, 포틀랜드, 멤피스, 오클라호마시티 등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모조리 제압하며 험난한 여정을 헤쳐 나갔다.
제자의 승승장구에 스승은 흐뭇하기만 하다. 포포비치 감독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덴홀저 감독의 성과가 자랑스럽고 기쁘다. 그는 매우 훌륭한 농구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인격자다"라며 자신의 품을 떠나 독립에 성공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덴홀저 감독은 스승에게 사적으로 축하 메시지를 받았으며, 지금까지도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한다고 한다.
매의 비상에 구단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쿠닌은 최근 'NBA TV'와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농구 시스템에서 훌륭한 코치진과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정말 아름다운 농구를 하고 있다"며 흥얼거렸다.
자랑스러운 이력을 쌓고 있는 선수들에 당근을 제시한 것은 당연하다. 쿠닌은 "구단은 선수들에게 마음 속에 담긴 이야기를 자유롭게 털어 놓으라고 했다"고 말하며 심리적인 안정감의 중요성을 읊었다.
또 "선수들 개개인이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일들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강조한 쿠닌은 선수 가족들이 경기장에 와서 쉴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을 마련하고, 원정 경기 이동 중 불편한 점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했다. 선수단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성적에 신경을 쓰도록 하겠다는 조치다.
쿠닌은 강호로 떠오른 애틀란타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다. 그는 "과거에는 경기 종료 2분 전 애틀란타가 어떻게 경기를 지느냐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경기를 잘 마무리하느냐가 먼저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팀을 하나로 묶은 부덴홀저 감독이 고마울 뿐이다. 쿠닌은 "그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받아 들인다. 오랜 시간 그와 함께할 것 같다"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애틀란타는 티그, 밀샙, 호포드가 16일에 열리는 올스타전에 나서게 되면서 겹경사를 누렸다. 부덴홀저도 동부 컨퍼런스 팀을 지휘한다. 하지만 기쁨에 도취되기엔 이르다. 더 큰 만족감을 누리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있다. 애틀란타는 포틀랜드, 워싱턴, 골든스테이트, 멤피스 등 강호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애틀란타의 파죽지세가 이어진다면, 서부와 동부의 전력 불균형을 일컫는 '서고동저'는 예외가 되는 셈이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폴 밀샙, 제프 티그, 카일 코버,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 ⓒ AFPBBNews=News1]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