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배우 박신혜는 SBS드라마 '피노키오'를 통해 4개월간 기자로 살았다. 세상을 보는 시각도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생각하는 관점도 달라졌다.
박신혜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지난 사회부 수습기자 최인하 역을 맡아 4개월간 발 빠르게 뛰어다녔다. 드라마 종영 뒤 만난 박신혜는 "끝났다는 느낌이 아직 안 들어요. 눈 감고 있으면 촬영장에 있는 느낌이에요"라며 인하를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박신혜는 이번 작품을 통해 9년 전 출연했던 SBS드라마 '천국의 나무' 조수원 PD와 재회하게 됐다. 당시 '천국의 나무' 총연출을 맡은 이장수 감독은 현장에서 박신혜가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따끔한 혼을 내기도 했다. 그런 박신혜를 달래주는 것은 조수원 감독의 몫이었다. 어엿한 성인연기자로 성장한 뒤 조수원 감독과의 만남은 그에게도 특별한 의미였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긴 했지만 다시 씩씩한 모습으로 촬영하니 그런 모습을 예뻐해 주셨어요. 이번에 '피노키오' 촬영할 때도 '우리 딸기 공주 예쁘네', '딸기공주 다 컸네'라는 말씀 많이 해주셨어요. 현장에는 사랑과 행복이 넘쳐났죠."(웃음)
화기애애한 촬영 분위기 속에서 젊은 배우들은 조 감독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이종석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이라 누구보다 호흡이 좋았다. "종석이는 감독님만 보면 달려갔어요. 남자 배우한테 애교로 밀려보기 처음이에요. 굉장히 밝고 재밌는 아이에요. 직설적인 말에 당황하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얘기를 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하는 거였어요."
'피노키오'는 수습기자들의 치열한 일상과 언론의 행태를 현실적으로 그려내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 밑바탕에는 박혜련 작가의 치밀한 사전 조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혜련 작가는 1년간 마와리(출입처를 취재하는 일)를 돌면서 대본을 써내려갔다. 박신혜는 "각주가 달려 있는 대본은 처음이었어요. 아이템 회의 큐시트, 고소장, 공고문, 사망진단서 등 실제 기자들이 접하는 문서들이 대본 맨 뒷장 첨부돼있어요"라고 박혜련 작가의 준비성에 혀를 내둘렀다고 전했다.
'피노키오'의 배경이 된 곳은 노원경찰서였다. 박신혜는 그곳에서 실제 수습기자를 만나곤 했다.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패딩을 입고 백팩을 메고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극중 인하가 리포팅을 준비하기 위해 변기 물에 머리를 감는 장면 역시 실제 수습기자의 일화에서 따온 것이었다.
박신혜에게 직접 취재하고 싶은 분야를 물었더니 즉각 '판자촌의 이야기'라고 답해 그 이유에 귀를 기울이게끔 했다.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정의를 외치는 영락없는 인하의 모습이었다.
"난로가 고장이 났는데도 지원금이 나오지 않아 이불 7겹을 깔고 주무셨던 할아버지의 기사를 접했어요. 어르신들의 힘겨운 삶과 아동학대 문제들이 더욱 가슴 아팠어요. 정치면을 보면 이 싸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가요."
박신혜의 속 깊은 발언에 감명을 받아 실제로 기자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고 장난스럽게 묻자 그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에 감성적이에요.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어요. 그래도 덕분에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의식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았어요"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많은 분들이 '박신혜는 밝고 혼자 끙끙 앓는 연기만 하는 것 같아'라고 생각하세요. '피노키오' 인하를 통해 그런 것들을 속 시원하게 내뱉은 기분이에요. 거짓말을 못해 막말을 하거나 특유의 뻔뻔함을 지닌 인하의 모습을 통해 자유로움을 누렸어요."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사진 = 박신혜 ⓒ S.A.L.T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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