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1.23 14:33 / 기사수정 2015.01.23 15:02
다음은 이충호 작가가 블로그에 올린 입장 전문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와 [킬미힐미] 논란에 대한 나의 입장.
개인적으로는 지성이라는 배우를 아끼고 신뢰함은 물론 안정감을 주는 그의 연기를 평소에 좋아해왔다. 트위터에 올린 글은 결코 배우 지성씨를 비난하는 글이 아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점에 대해 지성씨와 팬 분들께 사과드린다. 크게 관심 받지 않는 개인 공간이라 생각했으나 이것이 빠르게 기사화 되면서 의도치 않게 왜곡된 부분이 있음을 양해 부탁드린다.
더불어서 [하이드 지킬, 나]의 현빈씨, 한지민씨를 비롯한 출연진들과 제작사, SBS측에도 이러한 의도치 않은 일로 상황이 시끄러워진 점에 대해 원작자로서 유감의 뜻을 전하고, 부디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주시길 또한 부탁드린다.
다중인격자를 다룬 이야기는 많을 수 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되어왔다. 지금은 헐리우드영화 [어벤져스]의 캐릭터로 유명한 [헐크] 역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변주한 작품 중 하나로 유명하다. 내가 만든 [지킬박사는 하이드씨] 역시 장르를 떠나서 이러한 변주의 일종이다.
내 작품의 탄생에 기반이 된 핵심 내용이자 아이디어(변주)는 ‘다중인격자의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로맨스’다.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사업대행회사이자 투자사인 ‘클릭 앤 리버 스토리’는 2010년 나를 찾아와서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아이디어에 거금을 투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는 “핵심아이디어가 ‘훅’이 있다”는 말도 들었고, 결과적으로 드라마 제작사는 거액의 판권료를 지불하고 판권을 확보했으며, [하이드 지킬, 나]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최근에 다음 만화속세상에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스페셜 웹툰인 [하이드]를 연재하고 있다. 역시 다중인격자의 이야기다. 이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나의 웹툰 [하이드]가 [킬미힐미]의 표절이란 이야기다. 둘째는,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킬미힐미]냐는 이야기다.
2011년에 만들어진 [지킬박사는 하이드씨]가 2015년에 만들어진 드라마 [킬미힐미]를 표절했다는 이야기에 화가 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킬미힐미]와 [지킬박사는 하이드씨]가 유사하다고 느낀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최근에는 우리 법학계에서도 아이디어 도용도 법으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 정도는 표절은 아니야’라면서 기존 웹툰의 테마, 설정, 구조, 핵심아이디어 등을 가져다가 쓰거나 웹툰을 무시 혹은 살짝 우회하는 경우를 지목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열심히 작업하는 작가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사실 막상 이러한 경우를 겪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원작인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와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결과적으로 제작 과정에서 상당부분 다른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드 지킬, 나] 측은 나의 작품과 아이디어를 사용하기 위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였다. 헐리우드에서도 작품을 만들면서 조금이라도 기존의 다른 작품의 침해의 여지가 있다면 아이디어와 설정 등의 사용에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권리를 확보한 다음 제작을 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아이디어 사용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때, 다른 사람은 이를 적당히 바꾸어 무임승차를 한다면, 앞으로 누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겠는가?
나는 한 사람의 만화가임과 동시에 (사)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우리 협회에서는 지난해에 [별에서 온 그대]측과 만화가 강경옥씨의 갈등을 곁에서 계속 주시하며 만화계가 함께 대응하기 위해 논의를 해나갔고, 수많은 웹툰 작품들의 아이디어, 내용 등을 드라마, 영화 등에서 임의로 갖다 쓰는 사례에 대해 경고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교롭게도 회장인 내게 이런 일이 생겼다.
지금부터 사업대행사인 ‘클릭 앤 리버 스토리’, 연재처인 ‘다음 만화속세상’, 그리고 만화단체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고, 많은 만화가들이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2015년 1월 23일 만화가 이충호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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