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넘치던 의욕이사라지고 앞에 놓인 일들이 짐이 되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그러한 기간을 ‘슬럼프’라고 부른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슬럼프에 빠진 배우 이종석(26)에게 찾아온 힐링같은 작품이었다.
어느덧 ‘청춘’을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한 이종석은 쉼 없이 달려왔다. ‘학교 2013’을 시작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 ‘닥터 이방인’에 연이어 출연했고 사이사이에 영화 ‘관상’과 ‘피 끓는 청춘’을 찍었다. 앞만 보고 달린 탓이었을까. 어느 순간 그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의욕적이던 태도는 다소 소극적으로 수그러들었고 촬영장이 무겁게 다가왔다.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선배님들께서 요맘때 지친다고 하더라고요. 뭐랄까 방향감을 상실한 느낌이었어요. ‘이런 배우가 되어야지’했던 부분이 지쳐서 인지 무뎌졌죠. 연기는 정말 제가 좋아하는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힘들었어요. 일을 쉬어 본 적이 없는데, 쉬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요. 그때 만약 쉬게 된다면 오래 쉬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때 2013년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호흡을 맞춘 작가와 PD가 이종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쉬겠다는 생각도 잠시, 그는 다시 대본을 들고 현장으로 나갔다. 이유는 단순했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니까, 그냥 하고 싶었어요”.
‘피노키오’는 저마다의 꿈을 안고 진실을 쫓는 다양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 드라마다. 극중 이종석은 택시 기사 출신의 정의파 사회부 기자 최달포를 연기했다.
달포(하명)는 앞서 이종석이 연기한 인물들처럼 ‘사연’이 많은 남자였다. 어머니와 자살 시도 후 가까스로 한 집에 아들로 살게 된 그는 남들보다 명석한 지능을 지녔음에도 ‘바보 아닌 바보’로 살아야 했다. 그런 달포를 연기해야 했던 이종석은 ‘피노키오’ 초반 더벅머리 가발을 쓰고 연기했다.
어색한 머리에 모니터하기도 어려웠다던 이종석은 “같이 연기하는 (박)신혜가 매일 예쁘다고 해서 예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촬영할 때 모니터로 보니까 너무 못생겼더라고요(웃음) 작가님도 미안하다고 문자가 왔었어요. 작가님 생각하기에도 미안했나 봐요.”
평소 기사나 블로그의 리뷰 등을 열심히 챙겨본다는 이종석은 이번 작품을 두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평가가 마음에 쏙 들었다고 했다. “결말이 착하게 끝나서 좋았어요. 하명이를 통해서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든 조금씩은 변화를 하고 성장했잖아요. 동화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난 것 같아서, 착한 드라마라 좋았어요. 또 스태프와 배우들과의 호흡도 완벽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다시 불러주신다면, 좋은 작품이라면 흔쾌히 함께하고 싶어요.”
이종석을 떠올리면 연관 검색어처럼 생각나는 배우들이 있다. 김우빈과 이민호 등 또래 배우들, 즉 현재 드라마와 영화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피’들이다. 김우빈과 이민호가 남성적인 매력이 강하다면, 이종석은 밝고 부드럽다. 세 배우는 각기 매력을 무기로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종석은 자신과 다르지만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배우들을 보고 배운다. “또래 작품은 열심히 찾아봐요”라더 밝힌 그는 “작품을 보면 신기해요. 비슷한 나이를 살았는데, 여러 감정을 다르게 표현해요. 그런 부분들을 보는 게 재미있어요. 라이벌 의식을 느낄 수 있지만, 무기로 쓰는 게 다르잖아요”라며 싱긋 웃는다.
또래 배우들처럼 선 굵은 역할이 탐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지 자체에서 오는 분위기 때문에 변신하긴 쉽지 않다. 고민 끝에 그는 기준을 정했다. 드라마는 좋아하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게 되는” 대중적인 작품을 선택하되 영화를 택할 땐 주연이 아니라도 하고 싶은 역할을 고르는 것이다. 영화 ‘관상’과 ‘피끓는 청춘’을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다른 역할을 하고 싶어서 택한 작품이 ‘피끓는 청춘’이었어요. 사실 주변에서 다 말렸거든요. 작품의 성공 여부를 떠나, 그 작품 이후로 제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안 써봤던 표정들 감정들을 꺼내 봤어요. 잘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에요.”
바쁘게 달리다 보니 2015년이 시작됐고 작품은 막을 내렸다. ‘피노키오’를 통해 리마인드 된 이종석의 2015년 목표는 단순했다. ‘행복 찾기’다. “작품 끝나고 작가님 PD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서로 ‘우리는 한 달 이상 못 쉬잖아’라는 말을 했지요. 쉬면서 재정비를 해야 할지, 작품을 해야 할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재미없게 살아서 일을 계속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웃음). 2015년에는 무엇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찾고 싶네요.”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이종석 ⓒ웰메이드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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