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당신들이 나누는 아침인사는 어떤 것입니까. 당신들이 나누어 먹는 밥은 어떤 맛입니까. 고요한 새벽 서로를 살피는 눈빛은 어떤 의미입니까. 당신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입니까. 나는 궁금합니다."
가수 이효리(36)는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안녕 당신들'이란 제목으로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제주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으며 생활하고 있는 그는 자연을 벗 삼고, 직접 갖은 요리를 하고, 남편 이상순(41)과 소소한 일상을 보낸다. 이효리가 제주도에서 지내는 삶은 그의 블로그에 그대로 담겨있다.
화려한 연예계를 뒤로하고 이효리는 대중과 멀찍이 떨어져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연예인은 '소길댁'이라고 제 이름을 지었다. 이효리와 소길댁의 빈틈은 SNS가 채운다. 이효리는 제주도에서 생활하지만 온라인으로 '성공한 연예인'과 '소길댁' 사이를 메우고 있다.
이효리와 대중의 물리적 거리는 멀어진 듯한데, 그의 소식은 하루가 다르게 전해진다. 그의 작은 일상 하나도 곧바로 관심거리가 된다. 하지만 소길댁이 먹고 생활하는 걸 보면서도 많은 이들은 그가 꿈꾸는 세상에 대해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하다.
아이돌 그룹 핑클의 리더로 데뷔해 예능프로그램 진행자와 솔로 가수로 큰 성공을 거둔 이효리가 한적한 전원생활을 하는 소길댁으로 살아가는 만큼 대중은 그의 모습에 적응하기 어렵다. 이효리가 사회를 바라보는 생각을 드러낼 때 일각에서는 든든한 경제력이 바탕이 된 스타의 '사치' 쯤으로 여긴다.
이효리는 지난해 12월 쌍용에서 출시되는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 해고됐던 직원들이 복직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고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효리는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부디 그들(쌍용차 해고자들)에게 당신의 나라 인도의 사랑을 전해주세요. 나마스테"라는 글을 보냈다.
한국에서 민감한 노사문제를 언급한 이효리는 다른 의견을 가진 쪽에서 보내는 비난을 받았다. 연예인이 사회적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화살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이효리의 이 같은 발언은 단순히 '관심 끌기'라고 보기엔 꾸준했다. 그는 2010년 유기견 순심이를 입양한 뒤 동물 애호가로서 활동했다. 모피를 입지 않는다고 선언했고 채식을 시작했다. 연예계 생활 동안 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그가 바깥으로 눈을 돌렸다.
이효리에 대한 반응은 '콩'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가 블로그에 올린 렌틸콩은 건강식으로 주목받으며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받았다. 반면 절차를 알지 못하고 판매한 유기농 콩에 대해선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이효리가 사회적인 유행을 만들어낼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연예인으로서의 올바른 삶이란 생각을 밝히지 않은 채 항상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효리가 늘 해왔듯이 방송에 출연하고 음반을 발표했다면 굳이 욕을 먹을 필요는 없었을 듯하다. 그의 통장에는 잔액이 쌓여갔을테고, '허영'이라는 딱지가 붙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를 향해 눈살을 찌푸리는 표정들은 독보적인 삶을 영위하다가 타인을 향해 마음을 옮긴 이효리에 대한 거부감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효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의견을 SNS라는 창구를 통해 밝혀왔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 "'내 트윗 하나가 뭐그리 대단하겠어? 보기나 할까?' 그런 생각 들때가 있지만 나만 해도 모르는 누군가가 보낸 짧은 글에 웃기도, 울기도, 맘을 고쳐먹기도 여러 번이었다. 사람은 다 많이 다르지 않다"고 적었다. 이효리의 타인을 향한 눈은 '다름' 보다는 '같음'에 무게를 둔 것이다.
'안녕 당신들'에서 이효리가 궁금했던 것은 연예계 생활을 해왔던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던 대중과 타인 그 자체였을 것이다. 상대의 삶에 대한 호기심은 애정으로 표현됐고, 나와 다르지 않은 이들을 위한 노력은 SNS를 통한 목소리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이효리가 사회운동에 발벗고 나서는 건 아니다. 그저 타인의 삶이 궁금하고 공감하고 싶을 뿐이다. 이효리는 그동안 받았던 시선을 주변에 나눠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그가 살고 있는 사회에 있는 문제가 눈에 들어왔고 누군가의 힘이 돼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효리에게 현재 중요한 건 성공을 위해 그토록 애써왔던 눈길을 붙잡아두는 게 아닌 자신을 향한 관심을 다른 곳에도 옮겨주는 일이다.
이효리가 꿈꾸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소길댁으로 생활하는 이효리는 다른 이들과 꿈을 함께하고 싶어한다. 그 속에서 이효리는 셀 수 없이 공감과 비난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이효리, 당신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입니까.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이효리 ⓒ 엑스포츠뉴스DB, 이효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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