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전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후반에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슈틸리케호가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명암을 모두 확인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은 4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대표팀은 후반 22분 상대의 자책골로 앞서나간 뒤 종료 직전 이정협이 쐐기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결과와 내용을 모두 잡아야 하는 모의고사였다. 월드컵과 달리 아시안컵은 한국이 우승을 정조준하는 무대인 만큼 대회 전 열리는 평가전은 단순한 실험의 무대가 아니다. 더욱이 본선에서 만날 수 있는 사우디를 상대로 확실한 전술과 승리로 경쟁력 유무를 확인해야 했던 경기였다.
원하는 것을 얻었다. 지금이야 아시아 정상권에서 멀어졌다지만 역대전적에서 한국에 앞설 만큼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주는 사우디를 맞아 대표팀은 후반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완승을 거뒀다.
후반에 보여준 슈틸리케호의 움직임은 확실한 경쟁력이 있었다. 중원에서 볼 흐름은 매끄러웠고 공격진은 특정한 원톱 없이 중앙과 측면 자원이 자유롭게 움직였다. 패스가 잘 돌아가고 주도권을 놓치지 않음에 따라 대표팀의 전진성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시원한 골까지 터뜨렸다.
김진현의 선방이 없었다면 리드를 허용하며 끝냈을 수도 있었던 전반과 180도 다른 후반이었다. 사실 사우디를 제압한 대표팀이지만 전반의 경기력은 본선에서 고개가 갸웃거리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의 왼발 발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린 불운이 있었지만 45분 동안 대표팀은 사우디에 볼 점유율을 넘겨준 채 끌려다녔다. 볼을 잡아도 상대의 빠른 압박에 곧바로 공격권을 넘겨주는 장면이 많았다.
기성용과 이청용이 없는 만큼 볼을 소유하고 전진해야 하는 임무는 오로지 구자철의 몫이었다. 하지만 구자철은 왼팔에 찬 주장 완장이 부끄럽게 가장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볼을 소유하려다 템포를 늦췄고 전진패스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 볼을 가지고 공격을 이끄는 장면은 더욱 찾아볼 수 없었다. 1선과 2선, 최대 3선까지 내려가 볼을 받아주며 움직여야 할 사령관이 무의미해진 것이 전반 부진의 원인이었다.
후반 들어 달라진 것은 구자철의 역할을 남태희가 이어받은 후부터 시작됐다. 남태희는 구자철에 비해 볼을 연결하거나 본인이 끌고 다니는 데 한결 스피드를 올렸다. 드리블에 자신이 있는 만큼 수비가 밀집된 중원에서도 흔들었고 측면으로 자주 빠지는 움직임으로 공격진의 다채로운 동선을 이끌어냈다.
특히 남태희가 측면으로 빠졌을 때는 이명주가 위로 올라와 볼을 전개하는 확실한 역할 체인지가 보이면서 대표팀의 점유율이 계속 올라갔다. 결국 대표팀은 종료 직전 페널티박스를 홀로 돌파한 남태희에서 출발해 이정협의 추가골을 만들면서 웃으며 모의고사를 끝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남태희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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