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평소에 준비가 철저하면 훗날 근심이 없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미덕은 드라마에서도 통했다.
조인성과 공효진, 그리고 '그 겨울, 바람이 분다'나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등을 함께한 노희경 작가, 김규태 감독이 의기투합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그 대표적인 예다.
노희경 작가는 3회까지 방송된 상황에서 전체 대본을 탈고하며 반(半)사전 제작 시스템을 지향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덕분에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었다. 조인성과 공효진은 "대본이 이미 나와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보완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 작가는 현대인이 지닌 마음의 병, 그리고 이를 둘러싼 선입견을 담기 위해 치밀한 사전 조사를 거쳤다. 김규태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소재와 장르적인 측면에서 많이 준비했다. 이번에는 대중과의 소통을 고민했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쉽고 치밀하게 대본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초반 산만하다는 지적에도 '괜찮아 사랑이야'는 숱한 명장면과 대사,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이 하모니를 이뤘다. 사전에 준비된 대본의 힘이 장기 레이스에서 발휘된 것이다. 결국 '괜찮아 사랑이야'는 12.9%의 최고 시청률(닐슨 코리아 전국기준)로 종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 OCN
얼마전 최고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를 찍으며 화려하게 퇴장한 OCN 드라마 '나쁜녀석들' 또한 유비무환의 이익을 누렸다.
1년간의 기획 단계를 거친 '나쁜 녀석들'은 지난 7월 중순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이미 첫 방송 전에 마지막 회의 대본이 탈고됐고, 촬영 역시 50% 이상을 마친 상태였다. '한 회가 영화와 같다'는 호평은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결과이다. 후반부 교정 작업을 통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영상미가 가능했다.
함께 한 배우들은 물론, 업계에서도 '나쁜 녀석들'의 사전제작시스템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자주 등장해야 한다는 한 목소리가 모아졌을 정도다.
쪽대본이 관행처럼 여겨지는 국내에서는 '생방송'처럼 드라마를 촬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쪽대본 드라마는 감정을 잡는 것도 어렵거니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본 뒤 스토리를 수정해,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배우들의 분량 조정으로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도 한다.
조동혁은 "철저한 사전 제작의 산물인 '나쁜 녀석들'은 미리 준비한 설계도를 통해 배우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밑그림은 보전돼 내용이 산으로 가는 일은 없었고, 이야기를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배우들의 애드리브를 장려했다는 것. 그래서 배우들은 캐릭터 분석에 만전을 기했고, 스태프도 소품에 세세한 신경을 써 완성도를 높였다.
한국 드라마계에서 사전 제작은 여러가지 이유로 쉽사리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올해를 빛낸 탄탄한 드라마를 봤을 때, 사전 제작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연기자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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